한쪽 발끝 짚고 연속 회전 17번 … 은빛 찬란 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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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손연재가 은메달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손연재(19·연세대)의 리본 연기는 마치 발레와 같았다.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연기하던 손연재는 발랄한 댄스 스텝 동작을 끝낸 뒤 회전을 시작했다. 1바퀴, 2바퀴, 3바퀴…. 셀 수도 없이 빠른 회전이 한참 동안 이어지자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손연재는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끝난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대회 리본에서 17.483점을 받았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FIG 월드컵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4월 러시아 펜자에서 딴 첫 월드컵 메달(후프 동메달) 이후 1년 만이었다.

 리듬체조 선수에게선 보기 힘든 명품 회전이 은메달을 만들었다. 손연재의 회전 연기는 백조 ‘오데트’로 변신한 흑조 ‘오딜’이 지그프리드 왕자를 유혹하기 위해 연속 회전을 선보이던 동작이다. 푸에테(fouette·한 다리는 발 끝으로 몸을 지탱하고 다른 다리는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회전 동작) 32번을 돈다. ‘푸에테 32회전’은 발레리나 최고 기술이다.

 손연재는 어린 시절 리듬체조와 함께 클래식 발레를 배웠다. 지금도 전지훈련지인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옐레나 니표도바 코치와 함께 발레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닌다.

 페사로 월드컵을 중계한 차상은 MBC 해설위원 겸 국제심판은 “당시 손연재는 ‘11연속 멀티플 푸에테 피벗’을 했다. 한 번에 2회전을 하는 동작이 여섯 번 나왔기 때문에 총 17바퀴를 돌았다”고 설명했다. 손연재가 푸에테에서 받은 점수는 1.7점으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차 위원은 “손연재가 그 자리에 꽂힌 듯 중심축이 전혀 흔들리지 않은 채 회전했다”며 “발레와 달리 리본을 계속 돌리면서 회전을 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회전을 완벽히 소화하는 건 세계 정상급 선수만이 가능하다. 연속 푸에테 회전은 손연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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