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형식적 발전보다 구조개선 앞서야| 학생수억제정책은 무식한 억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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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15회 교육주간을 맞아 대한교육연합회는「교육선언」을 발표했다. 무상의무교육 실시를 위한 입시지옥해소,9년제 의무교육의 조속한 실현, 교원의 생활보장과 연구비인상, 교원의 사기와 질을 높이기위한 현직교원의 대학과정설치, 교육의 지방자치제실시.「교육정책수립을 위한 청와대특별위원회」구성등릉 이 선언문은 제의하고 있다. 누가보나 매우 중대한 이러한 과제들이 언제까지나 교육주간이라는 연중행사의 구호에 그치고 말것인가. 완전히 상식화한 이런문제가 실은 그자체속에 이미 잘못된전제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 현실과화해할수 없는 당위론이 공전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교육학자 유형진 교수(건국대)는 교육선어니 대변하는 일반적인 통념에 대하여 조심스러우면서 날카로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우선 의무교육을 너무 조그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6년이라도 제대로 충실하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연한만 늘리는 것이 곧 의무교육의 발전은 아니라고 한다.

<의무년한 연장은 터무니 없는 주장>
한국의 경제발전이 잘되면 1년정도를 더 늘릴 수는 있겠으나 3년연장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한다.『좋지 않은 교육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 유교수의 지론이다.
교사의 자질향상문제도 그는 이와비슷한 각도에서 본다. 국민학교 교원양성 과정을 초급대학으로 승격시켰다고 교원의 자질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소학교를 나오고 5년의 교육만 마치면 훌륭한 교사가 될 수있었다. 문제는 어느정도의 우수한 사람을 교원으로 확보할수 있느냐하는 것이며 교원 양성과정에서 장학금을 국가에서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원의 자질향상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의무교육연한의 단계적 연장보다는 교원봉급의 단계적 인상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교육의 지방자치제에 대해서 유교수는 반대한다. 『덮어놓고 미국식을 흉내내려하는건 위험한일이다. 미국과 같은 지방자치제를 하려고 해봐야 되지도 않고 할필요도 없다』

<지방 창의성 꺽는 지나친 중앙집권>
중앙에서 의무교육, 교원의 자격 규정과 같은 기본적인 일을 통일적으로 결정하고,지방에서는 고원의 창의성을 살리고 지방실정에 맞는 교수법과 교재를 채택하는 정도로 협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로는 중앙집권이 지나쳐서 지방의 교장급인사까지 문교부가 결정하는데 이것은 지방의 창의를 꺾을뿐아니라 비대한 권한 때문에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있다고 경고한다.
한편 오기형 교수(연세대)는 교육선언이 주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이것이 한갓 당위론으로 공전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선언보다도 우리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고 한다.『현재 교육에 필요한 돈이 많이 모자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많은 돈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러나 종래의 교육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한 아무리 돈이 많아도 현실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할수 없다.』

<교육수요의 증가 현실적으로 해결>
그 이유는 말할것도 없이 학생수의 급격한 팽창이다. 특히「아시아」지역의 학생의 폭발적 증가는 유사이래 없던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55년의 국민학교학생수 2백90만이 10년이 지난 64년에는 4백90만, 66년에는 5백20만으로 늘어났다.
55년의 대학생수 8만5천은 66년에 14만명으로 늘어났다고 하나 실제로는 20만이 넘었을것이다(대학생수의 공식적 통계가 전혀 믿을만한 것이 못됨은 공지괸 비밀이다). 학생의 증가를 정책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은 군사정권의 도노를 상기하면 족할 것이다. 세계의 어느정권도 학생수를 줄이는데 성공한예는 없으며, 현재로는 이러한 압축정책을 채택하고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즉 교육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서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 오 교수의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초등교육을 정상적으로 하기위해서는 약 2배가까운 교사의 수와 시설이 확보되어야하고, 교사가 생활이 보장되려면 현재 수입보다 80%정도가 더 많은 구매능력을 가져야한다.
그러면 교사의 봉급에 핑요한 돈만해도 현재의 3.6배가 지출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한국의 전국민의43%가 15세미만의 연령층이다.

<돈타령하면서도 낭비는 곳곳에>
한편 대학의 경우를 보면 돈이 없다고 아우성치면서 시설이나 교원을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 주야간과 방학기간을 집약적으로 이용하면 현재시설로 3배의 학생을 가르칠수 있다. 교수의 강의도「슬라이드」교육,영화교육「텔레비젼」「라디오」까지 동원하는 지식 전달이라면 수만명에게 할수 있고 주입식 강의에서 소모될 시간과「에너지」를 소집단의 인격교육에 기울일수 있게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오 교수는 현재「차트」와 강의개요서를 작성해 효율적으로 강의를 하고 소단위의「그룹」지도를 직접 실시하고 있는데 그 성과가 매우 기대되고 있다. 약20년정도의 계획을 세워 교육의 전체구조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그는 우선 학교건축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고 교사도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는 자질을 길러야한다. 재래식 교사의 자질은 문제 해결의 길을 점점 어렵게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매사를 돈문제로만 돌리고 실현되지도 않을 당위론만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는데 대해 그는 심각한 경고를 던지며 「교육의 구조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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