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핵학자의 망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의 고위 핵물리학자가 두달전에 서방측으로 망명을 신청해온 것이 최근에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키에프」에 있는 「우크라이나」과학「아카데미」의 수석물리학자인「보리스.도트센코」(41). 그는「캐나다」의「알버타」대학과의 교환교수협정에 따라「키에프」주립대학 수석핵연구원의 자격으로 작년10월에「캐나다」에 도착,10개월간의 그의 첫의무를 보내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체류임기가 만료되는 지난8월 그는 「캐나다」이민국에 체류 연기신청을 내어 1년간의 연기를 허락받았다. 주「캐나다」소련대사관과의 하등의 협의도 없이 「도트센코」자신의 이러한 대담한 행동은 대사관직원을 당혹케 만들었다. 소련대사관 직원은 곧 그를 방문, 즉시 귀국할 것을 권유했다.
소련으로 귀국하면 신변의 안전을 보호하고 어느때고 또다시「캐나다」에 올수있을것이라는 말로 그를 달랬다. 그러나 그는 결코 소련으로는 귀국하지않겠다고 이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며칠전에 기자회견을 통하여 정식으로 자기는 「캐나다」에 영주하기를 원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이러한 망명의 동기는 정치적.학문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도트센코」의 연구분야는 핵이론이지만 특히 순수이론에 보다 큰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그러나 소련에서는 어떤 실천적인 목적에 적용되지 않으면 독자적인 연구는 냉대를 받으며 연구방법도 상부층의 지시나 명령에 의하여 학문의 자유도 크게 제약을 받았다. 이러한 학문 자유의 제약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갖고 있던 「도트센코」는 「캐나다」에서의 1년의 생활이란 그에게는 자기발견의 큰기회가 되었다. 풍부한 학문적인 자유와 독단이ㅣ 아닌 선택의 권리가 향유되는 정치체제등은 그로 하여금 영원히 소련으로 다시는 가지 않고 「캐나다」에 영주할 결심을 낳게하였다.
『나는 나의 연구조건이 특히 이론을 추구하는데 있어 아주 고무적이었고 또한 극진히 협조적이었음을 발견했다. 나는 이전에 이러한 관례를 본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소련에는 부인「클라우디나」와 열살된 딸「이리나」양이 있지만「캐나다」에 영주신청을 낼 때 이혼신청도 동시에 본국에 냈다. 그는 그이유에대하여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이며 너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딸만은 돌려보내 줬으면 하고 못내 아쉬워했다. 만일「캐나다」에서 영주권을 받지 못하면 서방측 어느나라든 자기를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영주할 생각이라고 굳은 결심을 보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