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후 가장 돈 잘버는 학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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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요즘 취업 시장이 불황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해고자들이 증가하고 기업체들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지난 해보다 2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봄에 어느 기업의 취업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대학 4학년생들도 많이 있다. 이들에게는 초봉으로 얼마나 높은 급여를 받아낼 수 있을까도 중요한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취업알선업체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and Christmas)의 존 첼린저 사장은 "그런 학생들은 재능있는 신입사원들이 필요한 소수 직종에 꼭 들어맞는 기술이나 학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떠한 직종이 유망한가?

챌린저는 "건강관리 관련 직종이 유망하다. 또 다른 유망 직종으로는 주택 등 부동산 판매 전반을 다루는 부동산 금융업도 그렇다"며 "항공 방위산업이나 보안업체 등 공학 관련 직종도 유망 분야"라고 말했다.

챌린저의 이 같은 견해는 최근 미국 대학·근로자협회(NACE)가 시행한 취업 설문 조사의 내용과 일치한다. 이 조사 내용에 따르면 올 봄 취업시장에서는 회계학·기계공학·경제학 혹은 재무학 전공자들에 대한 취업 수요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루켄보우 NACE 취업정보 간사는 "이들은 특별한 시기와 상관없이 항상 취업 시장에서 유리한 학과들"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회계학 전공자의 경우, 회계사에 대한 수요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엔지니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수요는 매우 다양하다. 화학 관련 기술자의 경우 대개 제조업 관련 직종에 취업하겠지만 연구·개발직이나 낙농공학 관련 직종에도 취업할 수 있다."

주기적인 부침이 있는 유망 직종들

그러나 한편, 취업시장 및 대졸자 취업전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기적인 인력 시장 흐름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환대를 받아왔던 인터넷 기술 관련 전공 졸업생들은 취업을 위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이 분야에서는 정보 보안 관련 전공자들이 새로이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매사추세츠주 베드포드에 위치한 MITRE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MITRE는 미국 연방정부가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업체로 미 국방부·연방항공국·국세청 등의 정보보안 관련 최첨단 연구·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MITRE는 매년 전국 10-12개 대학에서 전기공학이나 정보기술 등 관련 분야 전공 학생들을 모집한다. 또 약 25명의 학생들을 선발해 여름과 겨울 방학 동안 이들이 현장에서 직접 근무하도록 하는 산학 협동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올해 역시 MITRE는 대학을 방문해 산학 협동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캐롤린 브라운웰 인사부장은 예년에 비해 선발 인원을 많이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무었일까?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선 고령의 근로자들이 퇴직을 꺼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신입 사원들의 채용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는 뜻이다.

브라운웰은 "퇴직자의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힘들어지면서 신규 채용의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종별로 인력수급에 큰 차이 보여

그러나 일부 직종의 경우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기도 해서 취업 희망 대졸자들은 이런 업종에서 꿈에 그리던 직장을 쉽게 구할 수도 있다.

그중 한가지 예가 의료 관련 업종이다. 최근 베이비 붐 세대들의 고령화로 인해 의료 기관 연구자나 가정 건강 보조사, 공인 간호사 등 이 분야에 대한 인력 수요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간호대학협회'(AACN)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2010년까지 추가로 백만명 가량의 간호사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간호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의 숫자로는 이 수치에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으로 의료 기관들이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신출내기 간호사들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경력 간호사들의 평균 급여는 4만6천7백 달러 수준이다. 석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간호 전문 인력의 경우 급여는 더욱 늘어서 보통 6만3천1백70달러 정도를 벌어들인다. 하지만 다른 부수입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소득은 더욱 늘게 될것이다.

로버트 로세터 AACN 대변인은 "최근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하면서 병원이나 의료 기관들이 간호사들에게 계약금으로 5천 달러씩 주는 것도 드믄 일이 아니다. 계약금으로 1만2천 달러나 주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인력 채용도 여전히 활발하다. 일례로 이번 주에는 너스데일리닷컴(Nursedaily.com)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이트가 개설돼 각 병원들은 전국적으로 신규 간호사 채용 광고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간호인력 채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위트니 워커와 같은 신출내기 간호사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취업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봄 버몬트 간호대학을 졸업한 워커는 향후 3년 후에는 언제든지 취업을 보장하겠다는 모교를 포함해 총 여섯 군데에서 취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워커는 각 가정을 방문해 영아 및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고 건강 관련 조언을 해주는 버몬트의 '건강한 아기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워커는 "내가 꿈꾸던 그런 직장을 갖게 됐다. 나는 아이들과 엄마들을 너무나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기 직종에서도 초임 수준은 낮아지고 있다

최근 취업 시장에서 초임 수준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처럼 임금 수준이 뛰어 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유망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급여 조건도 몇 년 전에 비하면 열악해졌다.

예를들어 올해 컴퓨터 전공 취업자들의 평균 초임은 5만3백52달러로 2001년에 비해 약 4% 정도 떨어진 수준이다. 경영학 전공 졸업자의 경우 7% 이상 하락했다.

루켄보우는 "지난 몇년간 대졸 사원 초임은 10-12% 가량 증가해 왔다. 연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것이다. 현재 각 기업체들은 연봉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졸 초임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급여 여건이 결코 개선되고 있지 않은 직종들도 있다. 현재 일년차 교사들의 평균 연봉은 3만5천 달러로 다른 여러 직종들의 초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각 학교들은 앞을 다투어 교사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미 교육부의 발표에 의하면 향후 10년 동안 공립학교에 추가로 2백2십만 명의 교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교육학 전공의 대졸 취업자들에게 더욱 확실한 취업 기회를 보장하게 되었다.

뉴욕시 뱅크스트리트대학 교육대학원장 존 스나이더는 "자격 요건을 갖춘 지원자라면 분명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교사직은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스나이더는 "근무 환경이 열악한 외진 농촌 지역이나 도심지 학교에서라면 졸업생들은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학이나 과학 전공자, 특수교육이나 제2외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취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유한 교외 학교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좀 더 어려울 것이다."

학생수가 5백 명밖에 되지 않는 체노아 학군의 탐 보크 교육감은 이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일리노이주 중부 농촌 지역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현재 신임 교사들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지난해 체노아 학군은 지역 교사 50명 중 약 1/3이 급여 조건이 더 좋은 이웃 경쟁 학군으로 옮겨가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보크 교육감은 "종종 교사 자리 하나에 지원자가 한 명밖에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대학 때부터 취업 설계를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사직과 같은 일부 직종의 경우 그 인기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최근의 인기 직종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들의 적성이나 취향에 근거해서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러켄보우는 "단순히 인기 직종을 망라해 놓은 리스트를 보고 '난 저걸 해야지'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석사 학위를 따는 것도 노려볼만 하다. 높은 학위를 갖고 있는 직원들은 그렇지 못한 동료들보다 대개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게 됨으로써 생기는 단점은 단순히 등록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승진 기회나 퇴직금을 놓치게 되는 기회비용이 따르게 된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 발생하는 이점 및 그 함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공부를 더 하는 데 따르는 기회 비용'을 읽어보라.

NEW YORK (CNN/Money)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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