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어부의 생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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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5, 26일의 양일간 서해의 인천항과 동해의 속초 항에는 때아닌 환호성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어로 작업 중 북괴경비정에 의해 강제납치 됐던 우리 어부들이 4개월 여의 곤욕을 치른 끝에 이날 몽매에도 잊지 못하던 조국과 가족·친지들의 품에 다시 안기게 된 것이다.
이번에 귀환하게 된 어부들은 그 동안 실종으로 공식 발표됐던 어로지도선 「백마강호」의 선원 12명을 포함하여 모두 1백8명이나 된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 땅에 갇혀 돌아오지 못한 동료선원들만도 12명. 그밖에 북괴는 전기한 어로지도선「백마강호」를 「전리품」으로 억류하고 있음이 이번에 밝혀졌는데, 우리는 그들의 가족들과 더불어 다시 한번 북괴의 만행을 규탄하고, 아직도 묶여있는 우리 동포들과 선체의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여야할 책임이 우리 정부당국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납북어부의 송환이 가져다준 기쁨에 젖기에 앞서서 우리의 해상경비와 휴전선 근방의 어로지도문제에 있어 커다란 허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귀환어부들의 보고에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이번에 돌아온 어부들은 지난 5월23일과 6월24일 사이에 도합 7차에 걸친 북괴경비정의 습격을 받고 각각 개별적으로 납북된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실종으로 발표됐던 「백마강호」의 경우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괴에 의한 우리어선 납치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것은 해상 경비와 어로보호작전의 강화를 누차 공언한바 있는 정부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부들의 공해상 어로작업에 사실상 끊임없는 위협이 가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는 정부당국의 어로 보호작전 면에 있어서의 일대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이 기회에 거듭되는 어선납북사건의 근본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발본생원 책을 강구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우리 어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주 어로저지선을 넘는 이유는 단순히 무지의 소치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막강한 해상에서 「레이더」시설 등 현대 장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어선들이 과로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이 위험 선을 넘는 경우가 많으리라는 것은 상상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그러한 과실을 미연에 방지시켜야할 제1차 적인 책임이 해상경비 및 어로지도당국자에 있음은 중언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
하물며 거듭되는 어민들의 어로저지선 침범이 일부 연안기관원들의 민폐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생계유지방법의 한 방편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자행되는 모험이라는 항설이 있는데 대하여서는 차제에 철저한 규명이 있어야할 줄로 안다. 어로자원이 거의 한정돼있는 안전지역에서의 조업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유지를 기할 수 있을 만한 어획고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생사를 건 모험을 무릅쓰고 위험 선을 돌파하는 사례가, 만에 하나라도 있다고 한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거듭되는 북괴의 만행을 규탄하고 국민의 이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동시에 연중무휴로 계속되는 어선납북사건으로 인한 일비일희의 되풀이를 이제는 단호히 단절할 수 있는 근본대책의 수립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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