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국전」의 입선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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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10월 1일부터의 일반공개를 앞두고, 올해 제16회 국전의 입상·특선 및 입선작품 5백95점이 작 22일 하오 모두 발표되었다. 서양화·동양화·조각·사진·공예·서예·건축 등 7개 부문에 걸친 총2천1백60점의 출품가운데서 뽑힌 이 수작들은 가히 당대 한가미술의 수준을 상징할만한 알뜰한 작품들임이 일목 요연하다. 우리는 먼저 온갖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한결같은 예술가적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이만한 역작들을 창조해낸 전체 미술 인들에게 충심으로부터의 치하를 보내고자 한다.
올해 국전은 많은 점에서 예년보다 장족의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사계 전문가들의 정평인 듯 하다. 심사위원장은 『이번 국전은 예년에 비하여 출품수가 늘고 대체로 작품수준이 고르고, 작가들의 제작태도가 침착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그 심사소감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의 대두는 우리 국전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우리 미술계의 일반적 수준이 고루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 하다. 작년도의 출품 수(1천9백35점) 및 입장·입선작품 수(6백54점)에 견주어 2백25점이나 더 많은 작품이 출품되어, 그 수준들이 입선작을 가려내기 힘들만큼 난형난제였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전의 또 한가지 특색은 서양화 「화실」을 그려 영예의 대통령상을 차지한 김진명씨의 온건한 작품에 관한 것이다. 예년 국전 입상작품의 대다수가 아직 30세미만의 신진작가들에 의한 작품이었는데 다가 그 작품 역시 우리 나라로서는 아직 연륜이 짧은 추상파계통이 대종을 이루었던 것을 상기한다면 커다란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의 경우는 연치로 보아서도 51세의 장년인데다가 그 화풍 역시 장년다운기백이 충만한 온후독실한 풍모가 화폭 전체를 뒤덮고있음을 우리는 주목코자 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의 수준이 반드시 작가의 연령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종래 우리 국전출품작가들의 태반이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일부 미술동호인가운데에는 「국전」을 마치 「학생미술전」처럼 혹평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던 것을 상기한다면 이것은 대단히 반가운 현상의 출현이라고도 볼 수 있을 성싶다. 16회라는 연륜을 쌓은 「국전」으로서는 그 역사적 연륜으로 보아서도 이제 문자그대로 「대한민국미술전」으로서의 성가와 위신을 어느 면으로나 과시해야할 과제 앞에 놓여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전」은 결코 신진미술작가의 등용문 구실을 하는 위치에만 정체해 있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있는 국전을 계기로 우리가 다시 한번 강조코자하는 것은 유위한 예술인들에게 보다 끈기 있는 정진의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위정자들의 보다 장기적인 배려가 아쉽다는 것이다. 입선작품의 구매알선 등도 그 한가지, 방편이라 하겠으나 보나 적극적으로 이들의 해외진출과 외국예술인들과의 교류를 주선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국가가 주동이 된 상설적인 미술관 활동에도 유의가 있기를 기대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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