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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호 폭발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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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폭발 사고로 미국인들이 깊은 상심에 빠졌다. 정규 방송이 일제히 중단되는 국가적 관심과 애도 속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우주개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긴박했던 사고 순간=1일 오전 8시8분(한국시간 오후 10시8분) 휴스턴 소재 미 항공우주국(NASA)이 컬럼비아호에 지구 귀환을 지시했을 때만 해도 착륙은 순조로워 보였다.

컬럼비아호 릭 허즈번드 선장은 "돌아와도 좋다는 지시를 수신했다"고 답한 뒤 8시15분 대기권 진입을 위한 로켓 점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8시53분 컬럼비아호 왼쪽 날개의 일부 온도감지기가 손상됐다는 이상 징후가 NASA 관제센터에서 감지됐다.

3분 후 관제센터는 왕복선 왼쪽 타이어의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8시59분 관제센터는 "타이어 압력이 이상하다. 마지막 교신을 듣지 못했다"고 다급하게 교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컬럼비아호의 허즈번드 선장의 답신은 "로저, 어, 버…"하며 소음과 함께 갑자기 중단됐다.

직후 텍사스주 6만5천m 상공을 시속 2만㎞의 속도로 지나가던 컬럼비아호는 순식간에 조각조각으로 분리된 채 연기와 불꽃을 길게 흘리며 눈앞에서 사라졌다.

텍사스 일대에서는 폭발음과 목격담이 이어졌다. 한 주민은 CNN에 "'쾅'하는 소리에 집 바깥으로 나가 보니 하늘에서 무언가 긴 연기를 그리며 흩어져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뭔가 큰 소리가 들리더니 집이 흔들렸다"고 전했다.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가운데 NASA는 "컬럼비아호의 귀환 도중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타다 남은 금속판과 쇠붙이 등 왕복선의 잔해는 텍사스주와 인근 아칸소.루이지애나.뉴멕시코주 등 수백㎢ 지역에 걸쳐 떨어졌다. 불에 탄 시신 일부도 발견됐다.

NASA와 연방수사국(FBI)은 즉각 수색작업에 나서는 한편 일반 국민에게도 "잔해에 독성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만지지 말고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원인=NASA는 컬럼비아호 왼쪽 날개의 열 차단 장치가 파손되며 기체가 고열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론 디트모어 NASA 국장은 "지난달 16일 발사 때 연료 분사장치 일부가 떨어져 나가 왕복선 왼쪽 날개에 부딪치며 기체 표면에 이상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왼쪽날개 밑부분은 수천개의 열 차단용 세라믹 타일이 부착돼 있는데 발사 때 이들 중 일부가 파손돼 대기권 재진입과 비행 때 공기마찰로 발생하는 고열을 견디지 못하면서 기체에 이상을 초래했을 가능성이다.

미 언론들은 이 밖에 ▶노후한 왕복선을 무리하게 운영했거나▶왕복선이 대기권에 들어올 때 진입각도가 규정치를 초과해 기체 이상을 가져왔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기체 노후설은 컬럼비아호가 1981년 제작돼 지금까지 28회째 우주비행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금속피로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국민적 애도 물결=이번 사고에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공공시설에는 모두 조기(弔旗)가 내걸렸다.

인터뷰에 응한 일반 국민은 종종 울음을 터뜨렸고, 미국 내 주요 교회들도 일요일 일정을 추모기도로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라크.북한 및 경제문제로 정신이 없는 부시 대통령이 또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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