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이용섭 후보 단일화 … 민주당 대표 경선 양자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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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오른쪽)과 박기춘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임시국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4·24 재·보선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전패한 민주통합당은 9일 뒤 새 지도부를 뽑는다.

25일 민주당에선 재·보선 참패에 대한 자성론보다는 당권이 어디로 가느냐가 더 큰 관심사였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처절하게 성찰하고 뼈를 깎는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했으나 범주류 측 강기정·이용섭 후보가 이날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시선은 당권경쟁으로 쏠렸다.

 단일화를 통해 주류의 표 갈림을 막고 ‘김한길 대세론’에 대항한다는 게 강·이 후보의 생각이다. 지난 대선을 비롯해 여러 차례 단일화 정치가 실패한 상황인데도 두 후보는 또 한번 단일화 승부를 택한 것이다. 강·이 후보는 300∼500명의 대의원을 배심원단으로 뽑아 이들을 상대로 정견 발표와 토론회를 한 뒤 28일까지 배심원단 투표로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

 지역구가 모두 광주에 있는 강·이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후보가 따로 길을 걷는다면 함께 바랐던 민주당 재건의 꿈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는 개인의 문제”라면서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후보는 “단일후보 선출 과정은 우열을 가리는 게임이 아니라 아름다운 축제”라며 “누가 단일후보가 되든지 민주당 혁신과 재건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서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한길 후보 측은 명분 없는 단일화라고 비판하면서 사실상 ‘담합’ 행위로 규정했다. 김 후보의 한 측근은 “재·보선 참패로 당내에서 자숙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인데 재·보선 바로 다음 날 명분 없는 단일화를 아름다운 단일화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고도 했다.

 김 후보 측은 “배심원단을 사전에 모으는 단일화 과정은 전대 선관위가 지정한 선거운동 범위를 벗어났다”며 ‘당규 위반’ 문제도 제기했다.

 강·이 후보 측은 이런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이 후보는 “담합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비밀리에 협상하는 것인데 우리의 결정은 정의로운 것”이라며 “우리의 단일화는 민주당을 혁신하자는 단일화, 민주당을 살리자는 단일화”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 측과 이·강 후보 측은 안철수 의원에 대한 관계설정 문제에서도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 측은 이날 안 의원의 원내 입성에 대해 “야권의 역할이 커지고 우리 정치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는 그동안 “안철수 지지자들은 원래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인 만큼 우리가 다시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친안’(親安)에다 ‘안철수 연대론’이 김 후보의 스탠스다. 김 후보의 지지 세력인 당내 비주류도 안 의원에 대해선 주류보다 호의적인 입장이다. 비주류인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새 정치는 우리도 강조했으니 우리가 안 의원과 눈높이를 맞춰 국민에게 함께 다가서면 굳이 나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이 후보는 ‘안철수 견제론’에 가깝다. 친노·486세대 의원 등 주류 의원들은 비주류가 안 의원과의 연대를 통해 당내 주류를 견제하며 입지를 축소시키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안 의원의 행보에 구애받지 않고 그야말로 혁신에만 매진할 때”라며 “먼저 혁신한 뒤 함께하자는 게 제 입장”이라고 밝혔고, 강 후보는 “5·4 전대를 통해 혁신의 동력을 만들고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안 의원과 민주당이 무한 경쟁해서 혁신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논리 속엔 민주당이 혁신에 성공하면 ‘안철수 신당’의 필요성은 소멸될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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