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일본, 주변국 상처 헤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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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소 다로 부총리(오른쪽). [도쿄 로이터=뉴시스]

중국이 일본에 대해 초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조치 이후 긴장 관계가 지속되다 지난달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으나, 일본 각료와 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일본 지도자들이 군국주의와 식민 통치를 자랑할 만한 역사와 전통으로 여긴다면 일본은 영원히 역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과 아시아 이웃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일본 정부와 지도자들이 과거 이웃에 대한 침략 역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와 관련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국제뉴스를 다루는 전문사이트 ‘입체적 세계’(<5BF0>球立方)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근 망언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의 역사를 부인하는 행위이며 이는 결코 전 세계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일본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센카쿠 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도 지난해보다 강해졌다. 화 대변인은 24일 “일본이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 교섭을 제의해 왔으나 댜오위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일본 우익단체 회원 80여 명이 센카쿠 상륙을 시도하자 중국 감시선 8척이 출동해 이를 저지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도 일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NYT는 ‘일본의 불필요한 국수주의’라는 제목의 24일자 사설에서 “일본 정부가 주변국들의 역사적 상처를 헤집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뒤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이 장기적인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고 북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면 현안과 관련 없는 일로 지금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논란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아베 총리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집단 참배한 신사에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도 포함돼 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에 주변국들이 서로 협력해 대처해야 할 시기에 일본이 중국과 한국에 적대 감정을 조장하는 건 무모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24일 기사에서 “일본 정부 인사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건 이 시기에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며 “일본은 지금 적이 아니라 친구들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아베 총리와 그의 각료들은 일본을 도와줄 수 있는 주변국들을 모욕하는 행위를 왜 이 시점에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건 위험하고 무모한 국내 정치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더 이상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선 안 된다고 직접 충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워싱턴=최형규·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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