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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다가왔는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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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년에 겨우 몇 번 맞이하는 명절.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즐거움에 앞서 마음 무거워만 진다. 생활이 넉넉한 가정이야 평일이나 명일이나 별다른 차이없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 그 뿐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형편에선 아이들 운동화 한 켤레 사주려 해도 며칠 전부터 적지않은 신경을 써야한다.
추석은 목전에 닿았다. 애들은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눈만 뜨면 성화다. 『엄마, 순이는 노랑 「스웨터」를 샀는데 참 예뻐.』 명절이면 으레 새 옷과 새 신을 사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철부지들의 사고방식부터가 넉넉지 못한 생활이 만들어 준 버릇.
언제나 명절이 닥쳐야만 겨우 싸구려 옷이라도 바꿔 입히는 현상이니까 말이다.
결국 아빠의 짧은 술과 담배를 최대한 절약할 셈치고 아이들에게 허름한 옷 한가지씩 마련해 입혔다. 그러나 옷감이 좋고 나쁜 것을 어른보다도 더 잘 아는 아이들. 동생들은 그저 기뻐 야단인데 큰 아이는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조용히 타이르기 전에 짜증부터 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 못한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한말이 아닐지…. <오숙희·34·주부·서울 마포구 도화동 산 1의157호 5통 5반 서영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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