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자체·경제단체 전용공단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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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방자치단체나 경제단체가 독자적으로 중국에 전용공단을 조성해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집단으로 중국에 투자할 경우 투자조건이 혼자 진출할 때보다 월등히 유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양국 지방정부가 나서 해결해주는 등 이점이 많아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12월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에서 부산전용공단 착공식을 가졌다. 모두 5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이 공단의 입주 조건은 파격적이다.

중국 내 대부분의 경제특구가 공장부지 분양 시점부터 일정액의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과는 달리 향후 50년 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기업소득세도 5년간 면세하고 그후 5년 동안은 50% 감세해준다. 중국 내 외자기업 대부분이 2년 면세에 이후 3년 50% 감세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특별우대다.

이밖에 전기값은 칭다오 지역 공급가격에서 20%를 할인하고, 도로.용수.오폐수.선로.통신 등 기반시설 비용도 모두 칭다오시 당국이 부담한다는 조건이다.

부산상의 이일재 조사홍보팀 차장은 "자매결연 도시인 칭다오시와의 신뢰가 있고 부근 2~3개 도시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최고의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3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데 이미 부산 인근 지역 50개 업체가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인천시가 1997~98년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 조성한 13만평 규모의 전용공단은 지금까지 인천시내 45개 업체가 입주신청을 했다.

은비 어패럴 등 7개 업체는 이미 현지공장을 가동 중인데, 중국 행정당국과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인천시 경제통상국으로 연락한다. 올해 중 13개 업체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이상익 경제통상국장은 "현지 업체로부터 문제가 접수되면 곧바로 단둥시 정부로 연락을 취해 협조를 구하는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두 도시 간 물동량이 계속 늘어나자 인천시는 아예 단둥시에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와 직항로 개설을 제의했고 단둥시가 이에 동의, 현재 실무협의를 진행중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양국 중앙부처에 이를 건의할 예정이다.

이밖에 경기도가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조성한 랴오닝성 선양(瀋陽)공단과 톈진(天津)공단도 50여개 기업이 입주했거나 입주를 준비 중인데 분양가가 부지조성 원가보다 20% 싸 기업들에 인기가 높다.

그러나 입지여건을 고려치 않고 조건이 좋다고 무턱대고 전용공단을 만들었다가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 성남상공회의소는 지난해 8월 중국 산둥성 루산(乳山)시에 전용공단(20만평 규모)을 조성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입주신청 업체가 없어 고민이다. 특히 공단부지 중 4만평은 무상임대를 해주는데도 업체들은 관심이 없다.

성남상의 관계자는 "루산에서 항구가 있는 칭다오시까지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런 물류조건을 생각지 않고 투자조건만 고려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천안상공회의소도 2001년 12월 산둥성 원덩(文登)시에 천안공단 설립하기로 합의했으나 지역 내 업체들이 외면해 공단 조성이 중단된 상태다.

대외경제연구원 이장규 박사는 "중국은 여러 기업이 공동투자할 경우 투자조건과 행정서비스가 좋은 게 사실이지만 공단의 입지조건이나 주변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다"며 "특히 중국 내륙지방에 공단을 조성할 경우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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