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와 이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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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콤퓨터」를 흔히「전자계산기」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계산만을 하는 기계는 아니다. 전자공학자 자신들은 정보·처리 「시스팀」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철학자나 심리학자는 「논리분석기」라고도 말한다. 아뭏든 그「콤퓨터」는 국가간의전략을 결정하거나, 때로는 개인의 운명까지도 좌우한다.
한국 동난 당시「맥아더」원수를 해임한 것은 「트루만」대통령이 아니라 바로「콤퓨터」 라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기계는 『그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정보분석을 했다는 것이다. 그 후 「맥아더」장군이 「콤퓨터」의 「메이커」인 「스페리·란드」사의 사장에 취임했던 것은 「아이러니컬」 하다.
지난 63년 가을 「쿠바」위기때 미국은 소련으로부터의 정보나, 전파를 「콤퓨터」에 걸어 낱낱이 영문으로 번역했었다. 「흐루시초프」는 자신의 의도나 전략이 동시에 온통 미국에 누설되는 것도 전연 모르고 있었다.「콤퓨터」가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것도 「아이러니컬」 하다.
그러나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성서를 「콤퓨터」에 의해 번역했던 이야기다. 『고기는 연하고, 술은 강하다.』 성경학자는 깜짝 놀랐다. 『육신은 약하고 영혼은 강하다』는 번역이 「워드」(단어)의 희롱에 의해 그렇게 변질된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한 풍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깊은 진실을 함축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계의 한계를 통쾌하게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맥나마라」 미 국방장관은 7일 월남의 DMZ(비무장 지대) 남쪽에 전자탐지기를 장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월맹군과 그 보급물자의 침투를 감소시키는 방책일 것이다. 첩보인공위성까지 동원될 이 장치에는 무려 30억 「달러」의 경비가 소요된다. 그 고밀 성과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의 문명이 구가하는 전자과학의 총아들이 등장할 것이다.「맥나마라」장관은 「두 사람의 움직임도 찾아 낼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월남의 상황이 전자기계에 의해 과연 개선될 것이냐는 문제에는 회의를 갖게 된다. 기계의 과신은 언젠가 인간이 직면할 커다란 과제일 것이다. 월남문제는 기계에 앞서 바로 인간의 이성에 의해 개선되고 해결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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