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생 정책의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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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외 유학생에 대한 확고한 장학 방침을 확립하는 문제는 지금 신생 각국 정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국가 시책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이 문제처럼 등한시 되어온 부문도 드물 것이다. 8·15 해방 직후와 또 6·25 동란 중의 무원칙적인 해외유학「붐」의 반동으로 종래 우리 정부는 가급적 해외 유학을 억제하려는 듯한 정책을 견지해 왔던 것인데, 해외 유학생 문제가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이르러 5개년 계획의 추진에 따른 인력수요 문제가 국가적 요청으로 「클로스·업」되면서 부터의 일인 것으로 안다.
현재까지 문교부는 해외 유학생을 국가적 필요에 맞추어 엄격히 조절한다는 대방침 아래 연 4번의 유학자격 고시제를 실시함으로써 연간 약2백50명(66년=2백65명) 선으로 제한하고있는 실정인데, 이와 같은 고시 합격자들 가운데서도 여권 수속으로부터 실제 출국에 이르기까지에는 허다하게 많은 절차가 남아있어, 실지로 정식 유학을 하게 되는 수효는 이보다도 훨씬 적은 것이 실정이 아닌가 추측된다.
최근에 이르러 문교 당국은 산업개발과 경제부흥에 기여케 한다는 목적으로 이공계통 위주의 해외유학생 장려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 해외 유학의 장도에 오르는 학생 수는 매년 수 백 명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실제로 해외 유학을 희망하는 지원자의 대부분은 외국의 대학 또는 장학 단체로부터 장학금 급여통지를 받고서도 국내에서의 자격고시 또는 제반수속 절차의 난삽으로 인하여 모처럼 얻은 해외 취학의 기회를 불본의하게 포기하는 자가 적지 않은 실정에 있는 것이다.
모든 희망자에게 무조건 유학 허가를 내줌으로써 귀중한 외화의 낭비를 초래케 한다든지 해외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지르게 함으로써 국위를 손상케 하는 일등은 물론 단호히 제지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상당한 자격과 능력이 있는 자와 또 더군다나 우리 정부에 외자부담의 폐를 끼치지 않을 보증이 있는 자로서 국내적인 제 제약이나 자의적인 인문·자연계의 차별방침 때문에 유의한 청년학도에게 번번이 해외유학의 길이 막힌다는 사례는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부는 최근 이른바 동백림을 거점으로 한 적화공작단 사건을 계기로, 해외 유학생의 선도 및 장학대책 수립에 부랴부랴 큰 관심을 보인바 있었거니와 적어도 국가 백년 대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해외 유학생 장학 시책으로서는 고작 그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에 대응하여 즉흥적인 장학방침의 수립 운운보다는 해외유학의 문호를 가급적 넓게 개방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유학생을 해외 각국에 보내는 방향으로의 거시적인 정책전환이 아쉽다. 작년 4월 현재 우리의 해외 유학생 총수는 미국을 비롯한 34개국에 5천5백44명이 나가있는 것으로 돼있으나, 커 나가는 국력의 보다 가속도적인 약진을 위해서나, 내일의 세계평화에 대비한 보다 튼튼한 유대 구축을 위해서나 해외 유학생 수를 적어도 2, 3만명 선(비율보과 자유중국도 이 정도이다)으로 증대하는 문제에 대하여 정부의 용단을 우리는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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