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격포 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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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1일 하오 2시 30분쯤 박대통령의 지시로 김창선씨 매몰사고 현장에 달려 온 청와대 고재일 민원 비서관은 차의영 충남경찰국장을 데리고 지하 4백 미터의 대사 갱속에서 전화로 김씨를 불러 격려의 말을 보냈다.
이 자리에 동도한 본사 박영수 기자도 김씨와 전화를 통해 건강 상태와 현재의 심정 등에 대한 일문일답은 나누었다.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 비서관=대통령각하께서 몹시 걱정하시며 나를 직접 보낸 것이다. 15년 전에 김일성 고지에서 싸웠던 투지와 용기로써 끝까지 견디어 내주기를 바란다. 반드시 구출될 터이니 정신을 잃지 말라.
답=고맙습니다. 대통령각하께서 친히 사람을 보내 격려를 해주니 그 고마움을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본사 기자와의 문답>
문=갱내온도는 어떤가?
답=춥지도 덥지도 않고 눅눅하다.
문=잠은 얼마나 자나?
답=졸릴 때마다 적당히 잔다.
문=작업소리 들리나?
답=조금 들리는 것 같다.
문=당신이 생각하는 구출방법은 무엇인가?
답=밑에서 박격포를 쏘아달라.
문=지금 심정은?
답=하루밖에 더 못살 것 같다.
답=나를 구하려는 동료 여러분과 국민여러분의 성원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죽어야 할 터인데…
문=그럼 건강상 이야기 그만하겠다.
답=고독해서 못 견디겠다. 좀더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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