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제와 세제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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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제개혁안이 발표되면서 「네거」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공당국자까지도 「네거」제의 단계적 확대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비쳤다 한다. 「네거」제를 채택할 때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합리화를 촉진시킬 것이며 관세체계를 정비한다고 말해왔던 것이다. 허나 68연도 예산편성과정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금이 빠지고 있는 것 같으며 세제개혁안에서도 「네거」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어 「네거」제는 반신불수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네거」제의 채택은 민간기업의 경쟁력에 기대를 건다는 뜻이다. 수입상품과 국산품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네거」제를 제대로 실시하려 한다면 세제도 「네거」제에 합당하도록 조정되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다.
법인세 사업소득세 영업세 등의 세율을 올림으로써 「네거」제가 요청하는 경쟁력 강화의 재정기반을 허물고 있다. 또한 물품세목을 확대시키고 세율을 올림으로써 「네거」제의 전제조건인 국산품의 가격 안정 내지 생산성 향상의 기초를 약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네거」제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서는 관세 체계가 근본적으로 개편되어야 하며 그것도 「네거」제의 본질과 부합되도록 개편되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특관세제도의 존치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관세수권제를 기축으로 하고 물품세를 개정하려 하고 있는 이상 가격조작을 방지하려는 수단은 얼마든지 강구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네거」제는 가격변동을 수입량의 자동조절작용으로 배제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특관세를 존속시킬 필요성은 조금도 없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의 산업구조는 제조원료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원료가격의 인하로 「네거」제에 따르는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어야 할 것임도 분명한 이치다. 더욱이 물품세를 제품과세제로 바꾸려한다면 관세정책도 이에 따라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관세개정안에서는 여전히 재정관세를 두고 있어 「네거」제와 모순되고 있다. 원료에 관세를 붙이고 제품에 물품세를 붙인다면 원료수입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외국상품과 제대로 경쟁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제품원가를 올려놓는 세제를 만들어놓고 국산품 보호를 위해서는 또다시 보호관세를 붙여야 하겠다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 경우 보호관세는 진정한 보호관세가 아니라 재정관세의 변신에 불과한 것이다.
원료수입에 대한 재정관세와 산업보호를 위한 관세가 이중으로 부과되어 재정수입은 늘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네거」제는 아무 소용없는 허수아비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네거」제를 밀고 나갈 생각이 있다면 「네거」제에 충실한 관세제도가 되도록 수입원료에 대해서는 전액 면세해야 할 것이며 수입원료로 제조되는 상품 중 자유화품목에 대해서는 물품세도 부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반대로 고도성장정책을 위해서 세수증대가 절대적 요청이라면 「네거」제를 철회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고도성장정책을 밀고 나가려 한다면 그에 비례해서 제반정책이 통일되고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나 오늘의 정책기조는 반드시 그렇지 못한 탓으로 쓸데없는 낭비와 혼란을 더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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