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잇달아 남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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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유를 그리는 북한탈출은 잇달아 17일 북한축산기수 이원식(24·본적 강원도 평강군 유진면 후평리)씨가 필사의 탈출에 성공하고 지난 15일 「북의남녀」탈출 때 낙오됐던 박명화 여인의 남동생 동하(26·본적 황해북도 김계군 백여면 우암리)씨도 기적적으로 살아 자유의 품에 안겼다.
강원도 철원읍 하식점리 하식협동 농장기수이던 이씨는 16일 상오10시 「트랙터·튜브」와 소형「펌프」, 자결할 단도, 공민증을 숨겨 갖고 농장을 출발, 이 날 밤10시 철원군 부암리 임진강에 뛰어들어 급류를 헤엄쳐 5시간만인 17일 새벽 4시10분께 경기도 연천군 남면 삼거리 경찰초소에 귀순해왔다.
자유의 땅에 첫발을 디딘 이씨는 『정말 여기가 남한 땅 입니까』를 연발, 울먹이며 농장부근 통신중대에 드나들다 이수근씨와 한모씨 부부의 탈출소식을 듣고 탈출할 용기를 내었다고 했다. 이씨에겐 46년 월남한 큰아버지 이상철(59·영등포)씨가 있다고 한다.
63년 해 포수의 축산전문학교를 졸업, 축산기수가 된 이씨는 2년 전 최정녀(23)여인과 결혼, 옥화(1)양을 낳았으나 평소 가정생활이 원만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동하씨는 17일 하오 6시 30분 강원도 철원군 모장면 죽마산에 있는 국군○○부대에 도착 귀순했다.
18일 상오 육군방첨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박동하씨는 월남에 성공한 것이 꿈만 같다고 했다.
박씨는 월남동기를 아버지 박재서(72)씨가 대지주였기 때문에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늘 감시 받아오는 생활에 진저리가 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12일 밤 9시 40분쯤 누이(박명화·27)와 이웃 정신화(34)씨와 함께 임진강을 건너 남하하던 중 임진강지류인 역곡천에서 탁류에 휩쓸려 낙오됐었다고 말하고 이때부터 북괴의 감시의 눈을 피하느라고 5일간을 한끼도 못 먹고 바위틈에 숨어있었다고 말했다.
17일 하오5시쯤 북괴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에 바위틈에서 나와 남쪽으로 오다보니 멀리서 남한의 방송이 들려오고 태극기가 보여 그쪽으로 줄달음쳐 월남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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