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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승용차 … 멈추면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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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레저용 차량(RV)이 변신에 여념이 없다. 왜건과 미니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스포츠카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장점을 섞는 ‘크로스오버’가 두드러진다. 갈수록 다양해지고 구체화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캠핑카는 취침과 취사 기능을 갖춰 레저 활동의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혀 준다. 사진은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정체성 섞기의 원조는 볼보 XC70이다. ‘왜건+SUV’의 개념을 처음 제안했다. SUV처럼 뒷좌석 뒤로 쭉 뻗은 짐 공간과 해치도어를 갖췄다. XC70은 또 SUV 못지않은 20㎝ 안팎의 최저 지상고를 갖췄다. 하지만 둘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운전감각이다. XC70은 하체는 껑충할지언정 무게 중심이 낮다. 그래서 승차감과 핸들링이 세단이나 왜건에 가깝다. 1999년 데뷔한 BMW X5는 SUV 핸들링의 새 역사를 연 주인공이다. BMW가 꼿꼿이 지켜온 ‘운전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살렸다. 포르셰가 2002년 선보인 카이엔은 한 술 더 떴다. 면도날 같은 조종성과 난폭한 성능 등 스포츠카의 특성을 재현했다. 카이엔의 최신 모델은 지난 2월 출시된 터보 S다. V8 4.8L 트윈터보 550마력 엔진을 얹고 시속 283㎞까지 달린다.

BMW X6

 BMW는 2008년 X6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SUV와 쿠페의 디자인을 섞었다. 바닥을 껑충 띄운 차지만 비율이 근사해 근육질 스포츠 쿠페를 확대 복사한 느낌이다. 운전 감각도 딱 그렇다. 덩치와 무게를 까맣게 잊을 만큼 역동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왜건과 쿠페의 접점을 꿈꿨다. 주인공은 CLS 슈팅 브레이크. 짐 공간보다 멋에 비중을 둔 왜건이다.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

 국산 차의 크로스오버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투리스모는 승합차와 SUV의 장점을 겸비했다. 11인용 좌석을 갖춘 승합차여서 연간 자동차세가 6만5000원에 불과하다. 6명 이상 탈 경우 버스전용차선도 들어설 수 있다. 여기에 사륜 구동을 더했다. 버튼을 눌러 굴림 바퀴를 바꾸는 파트타임 방식이다. 현재 판매 중인 국산 승합차 가운데선 유일하다. 부쩍 폭설이 잦아진 겨울을 감안하면 굉장한 매력 포인트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로 155마력을 낸다. 여기에 5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굴림 방식은 후륜 구동(FR)과 네 바퀴 모두에 구동력이 항상 전달되는 방식(AWD)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지난해 나온 로디우스 유로와 같다. 휠베이스를 비롯한 덩치도 같다. 그럼에도 로디우스 시절엔 존재감이 희미했다. 하지만 이젠 계약을 하고도 기다려야 살 수 있다. 자동차 판매에 디자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애초부터 ‘크로스오버’라는 차종이 있었던 것처럼 크로스오버가 보편화했지만, 꿋꿋이 자기 색깔을 고집하는 차도 있다. 수십년이 흘러도 기름 불을 고집하는 지포 라이터처럼 유행과 상관없이 원초적 멋을 앞세우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가 좋은 예다. 문을 여닫을 때 ‘철컥’ 하고 나는 파열음마저 낭만적이다.  

 한편 뭐니 뭐니 해도 궁극의 RV는 캠핑카다. 취사와 취침 등 보금자리 기능을 갖춘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가활동의 범위와 반경을 획기적으로 넓혀준다. 매번 창고를 뒤져서 장비를 꺼내거나 텐트를 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캠핑카에 도전했다. 밑바탕이 된 모델은 그랜드 스타렉스. 운전석을 비롯한 1열 공간만 빼고 나머지를 완전히 바꿨다. 화장실과 샤워시설까진 없지만 4인 가족 캠핑엔 부족함이 없다. 뒷좌석은 2인용으로 침대 역할을 겸한다. 싱크대와 전기레인지 등을 갖춰 취사도 가능하다. 지붕을 들어올리고 받침을 깔면 두 명이 나란히 누울 수 있는 취침 공간으로 변신한다. 올해 120대를 시작으로 해마다 생산 대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가격은 4802만원부터. 올해 분은 이미 계약이 끝났다.

취재팀=김영훈·박진석·이상재·이가혁 기자, 김기범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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