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에 붙는 세금·부담금 8가지 복잡한 과세체계 단순하게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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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에너지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에너지 세제 개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형건 대구대 교수, 박호정 고려대 교수, 조영탁 한밭대 교수, 손양훈 인천대 교수(사회), 윤원철 한양대 교수. [강정현 기자]

“휘발유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이 교통에너지세와 교육세·지방주행세·판매부과금 등 8가지에 이른다. 조세 체계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 과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새 정부에서는 단순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

 22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새 정부의 균형 잡힌 에너지세제 개편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대구대 김형건 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김 교수는 “지난 1·2차 에너지 세제 개편 때 각각 수요가 급증한 액화석유가스(LPG)·경유에 대한 세율 조정이 있었다”며 “이제는 사회적 비용과 환경 요인을 고려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자원경제학회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가 공동 주관했다.

 김 교수는 “교통 혼잡을 야기한다고 해서 L당 500원 안팎이 부과되는 교통에너지세는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과 (교통량이 적은) 제주도 거주민에게 일괄적으로 세금을 거두는 격”이라며 “미국·영국 등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혼잡비용을 유류세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지방주행세가 유가보조금 재원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조세 이름도 내용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명시적 환경세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광수 연구위원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연구위원은 “에너지 가격을 결정할 때 물가 안정, 산업경쟁력 강화 등 정책적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낮아 과소비를 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한양대 윤원철 교수는 “정부가 일관성 있는 세제 개편 로드맵을 내놓아야 경제 주체에게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다음 세부적인 보완을 해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글=이상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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