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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각료회담의 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1차 한·일 정례 각료회담은 지난 9일부터 3일간에 걸쳐 10여 차례의 공식·비공식 회합을 가진 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에서는 ①2억불의 신규상업차관의 규모에 합의했다는 것과 ②그중 5천6백만부에 대한 EL을 년 내에 발급하며 ③선박·어업차관 3천만불에 대한 EL발급을 내년까지 완결시키는 한편 ④한·일 합동 무역위원회의 설치, 가공용 원자대의 무환 수출과 설비 및 기재의 대여 등을 허용한다는데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또한 역수출상품에 대한 관세면제, 특혜관세의 실시, 교포과세의 공평화, 교포은행 및 신용조합의 신설 등을 검토하기로 했고 재한 인상사에 대한 과세의 공정 등에 관해서도 앞으로 그 방안이 강구될 것이라고 한다.
국제회의가 흔히 의례적인 것이 되거나 특정의제에 국한하여 토의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음에 비추어 이번 한·일 각료회담은 단시일 안에 양국간의 제반 경제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루었고, 또한 우리정부가 내세웠던 2억불의 상업차관에 관해서 일단 대망의 합의를 보게됨으로써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2차5개년 계획을 3년 반으로 단축하기 위하여 해외차관의 도입액을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을 긍정한다고 하더라도 상업차관의 도입에 정부가 그처럼 직접 앞장서야 할 것인지 의아스럽다. 원래 상업차관은 두나라의 업자와 업자간의 합의로써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경기변동, 수출입 및 경제구조의 변동 등에 따라 그거래가 그때그때 규제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업차관 도입의 틀을 미리 확정짓는다는 것은 신축성 있는 경제정책을 수행한다는 견제에서 반드시 유효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더우기 일본경제의 성장은 금속·기계류·원자재 등을 대량 수출해야할 형편에 놓여 있으므로 차관의 증액요청이 일측의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일본으로부터의 시설재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그 부분품의 수입을 뒤이어 가져올 것이므로 대한수출의 증대와 한·일무역의 불균형은 지양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미 결정되어 도입될 상업차관을 정부와 업계와의 긴밀한 제휴 밑에 어떻게 유효 적절하게 사용하며 또 우리의 개발계획의 추진과 시기 및 품목 등을 맞추어 도입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아울러 말해 두고 싶은 것은 재정 및 민간차관에 있어서는 언제나 그상환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케이스·바이·케이스」로 엄선토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회담의 시일이 짧았던 관계도 있겠지만, 양국간에 해결해야 할 잡다한 경제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내용의 결정을 보지 못하고 이를 앞으로의 검토 내지 토의과제로 미루었으니 만큼 두 나라의 정부는 그 실천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여야할 것이다. 무역불균형의 시정문제와 같이, 합의된 사항이 좀처럼 그 이상의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이번 회담의 실효는 감소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각료회담에서 두 나라가 경제적 협조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아시아」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트인다고 하겠으므로 그 의의는 컸다고 하겠으며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해결에 더한층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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