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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중교육」 없어질까?|대학입시 전과목 출제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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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교부는 최근 대학입시 시험에 있어 고등학교 교과의 전 과목에 걸친 출제를 69연도부터 실시할 뜻이 있음을 한 때 구상한 바 있다.
그것은 지난 3·4일 양일간 건대 주최 「고등학교장을 위한 교육 연구 세미나」에 참가한 1백20명의 고등학교 교장이 현 입시제도의 개선을 요구, 전 과목 출제를 적극 지지한데 힘입은 바 크다고 들린다.
고교장 「세미나」는 입시 과목이 영어와 수학에 편중함으로써 고등학교가 진학을 위한 영수 학관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장들은 『진학 지도의 기능만 남아있을 뿐 교육은 없다』고 오늘의 고교교육 실태를 지탄하면서 딴 과목은 수업도 안되려니와 선생들마저 소외되고 있다고 저마다 열을 올렸다.
심지어 모 고교장은 영·수가 각각 주 12시간씩 차지하는 실정임을 실토하면서 정상수업을 하려하면 학부형의 항의가 빗 발치 듯 한다고 호소.
또 이 분과위원회는 재수생의 입학율(서울대의 경우 47%)이 높은 이유를 따졌다. 대학입시는 우수한 학생의 선발에 있지 않고 학관에서 문제를 많이 다룬 숙련인을 취하는 결과가 됐으며 종래의 입시문제 자체도 재검토, 전 과목에서 평이하게 출제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대학에 있어서도 현행 대학입시 제도의 병폐를 시인, 지난 1년간 각 대학 교무처장들은 수차 회합을 갖고 전 과목 출제키로 의견을 모았다.
첫째 왼 것을 「테스트」하는 입시제도로선 입학 후 그가 과연 대학 교육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가(대학적성)를 알 수 없다.
둘째 그 예언 타당도를 조사해 본 결과 한 두 과목을 「테스트」하느니 보다 과목 전체를 종합했을 때가 훨씬 높았다.
1960년에 이대에서 1백30명을 상대로 입시 성적과 대학 4년간의 성적을 비교한 상관 계수가 그를 입증한다.
국어 0.22 영어 0.20 수학 0.58
이 세 과목을 합계한 상관계수는 그 어느 하나하나 보다도 높은 0.59로 나타나 있다.
세째 대학교육의 기초를 위해서도 입시제도는 달라져야 한다. 대학 1, 2학년은 교양과목을 수업하는데 인접분야의 학문을 너무 몰라 고충이 크다. 화학과 학생이 물리의 기초가 전혀 없어 화학조차 이해 못하며, 암기만 하다보니 문장력(논문)이 너무 없다.
이 같은 대학입시 정책의 모색은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교 교육의 목표를 재확인하려는 고교장들의 요청과 부합되는 것이 아니냐고 서울대 사대 이영덕 박사는 말한다.
그러면 「전과목」은 어느 범위까지를 필수로 하는 것일까.
현재의 입시 과목은 대개의 경우 국어·영어·수학에 인문계는 사생 중 1과목, 자연계는 과학(물리·화학·생물·지학) 중의 1과목을 필수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 따라서는 수학 혹은 과학이 제외된 예도 있어 사실상 극소학과에 편중돼 있었다.
이점 61년이래 독자적으로 전 과목 출제를 실시해온 이화여대 박준희 교학처장은 미술·음악·체육 등 실기를 제외한 6과목- 국어·외국어·수학·사회생활·자연과학·가정 혹은 실과를 필수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외국어·사생·과학·실과 등은 그 안의 여러 과목 중에서 선택하게 마련이고.
오히려 문제는 각 과목간의 비중에 있다. 전과목 출제가 실시되더라도 만약 영·수·국에 크게 배점한다면 결과는 지금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고교 교과과정 기준령에 입각해 배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교부가 여기까지 강제할 수 없으므로 학교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 과목 출제는 『대학교육의 목표와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지만 대학 자체는 어려움이 있다』고 고대 여석기 교무처장은 말한다.
첫째 출제 기술상 배운 내용을 골고루 잴 수 있느냐(교과 타당도), 그 이해력은 어떻게 재는가(행동 타당도) 하는 데에는 평가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둘째 단과대학의 경우 전과목 출제를 「커버」할 교수가 없다.
세째 출제 범위가 넓어진 만큼 관리에 힘이 더 든다는 점등 이 제도의 실시에 애로가 적지 않아서 행정적 지원(개선을 위한 상설기구)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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