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끼리 종북 회원 명단 수사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황교안 법무장관을 인터뷰한 지난 18일은 검찰 차장·부장급 인사가 발표된 날이었다. 황 장관은 본인이 원하면 기수·서열에 상관없이 검사를 계속할 수 있는 ‘평생 검사제’를 정착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특히 황 장관은 대표적인 ‘공안통’답게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선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유포한 북한의 대외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대해 “어나니머스에서 취득했다는 자료 말고도 이미 경찰에서 내사 중인 자료 등이 있다”며 “이런 다른 자료들을 갖고 수사하면 불법 취득한 단서로 수사할 수 없다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 장관 접견실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이뤄졌다.

 -오늘 검찰 인사가 있는데 다소 변화를 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원하고 역량이 있으면 계속 검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검찰의 목표가 되도록 했다. 중간에 동기가 총장 됐다고 옷 벗고 나가는 관행은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이를 위해 봉급도 전부 단일호봉제로 바꿔 경력이나 경험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너무 기수 중심인 검찰 조직 내 문화를 고쳐야 한다. 계급 때문에, 기수 차이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나가야 되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어떤 청은 후배가 1부장, 선배가 2부장·3부장으로 갈 수도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청 전체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해 역량 중심으로 배치를 하면서 서서히 바꿔 나갈 것이다. 지금처럼 한 기수가 서울중앙지검 부장을 다 같이 들어갔다가 한꺼번에 나오는 관행을 없애겠다. 이번 인사에서도 역량이 뛰어나고 성과를 낸 고참 고검 검사 중 몇 분을 발탁해서 일선 지청장이나 부장으로도 보냈다. 제일 선배로는 사법연수원 15~16기들, 우리로 말하면 고등검사장이 배출된 기수다.”

 -최근 어나니머스라는 해커 조직이 ‘우리민족끼리’라는 북한의 대외 선전 사이트를 해킹했다. 이렇게 불법으로 인한 단서로 수사했을 경우 ‘독수독과’ 이론에 따라 불법 취득한 자료라서 아예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사안의 경우 어나니머스에서 취득했다고 하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자료들이 있다. 고발 자료들이 있고 또 경찰에서 이미 내사 중이던 부분들도 있다. 이런 다른 자료들을 갖고 수사하면 독수독과 원칙과 관계가 없다. 이미 확보돼 있는 자료나 나타나 있는 자료를 토대로 내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10월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금도 그때의 소신에 변함이 없나.

 “당시 강 교수의 글들은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 인천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선동하는 데 강 교수 글들이 활용됐다. 전반적인 사정을 감안해보면 구속 수사해야 될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그 판단에는 지금도 아무런 변함이 없다. 그 사건 자체가 다 유죄 판결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사건 이후 검사장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했다. 주변에서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사설에도 썼다. 그때 나에 대해 응원한다는 생각보다는 ‘아직 우리 사회가 이런 종북 활동에 대해서 선을 그을 줄 아는 건전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수부 폐지 후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도 감찰관을 누가 임명하느냐,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중수부 폐지를 진행 중이지만 보완책으로 중수부의 수사 노하우를 계승해 부정부패 척결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특권층에 대한 수사 문제에 있어 검찰이 일반적으로 수사하기 어렵거나 잘못할 수 있다고 보이는 부분에 대해 특별감찰관이나 상설특검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 개혁안의 하나로 검찰시민위원회 강화가 있다. 기소 여부를 국민들에게 묻는다는 취지는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개선 방안이 있는지.

 “중대한 사건, 쟁점 있는 사건, 여론이 갈려있는 사건 등 일정한 기준이 되면 의무적으로 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시민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에 준하는 방식으로 시민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사건만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따른 사건을 심의하게 된다. 심의위원도 우리 구미에 맞는 사람들을 배치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람들을 위원으로 선발하는 방법으로 구성하려 한다.”

인터뷰=정철근 사회2부장, 정리=심새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황교안 법무장관=검찰 재직 시절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대표적인 공안검사였다. 창원지검장, 대구고검장을 거쳐 부산고검장이던 2011년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검찰을 떠났다. 1957년 서울 출생, 경기고·성균관대 법대. 사법시험 23회(사법연수원 13기, 83년 수료).

[관련기사]
▶"현재 한국 안보, 냉전 때 미국보다 위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