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6000명 달린 런던마라톤 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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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마라톤 테러로 초긴장 상태로 열린 영국 런던마라톤 대회가 21일 무사히 끝났다. 대회 전 구간에 걸친 삼엄한 경비 덕분에 이렇다 할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1981년에 시작된 런던마라톤은 참가자 수에서 세계 최대다. 이번 대회엔 3만6000여 명이 달렸다.

 영국 정부는 지난 15일 보스턴 테러가 일어나자 런던마라톤 대회의 취소나 연기를 고려했다. 연쇄 테러나 모방 범죄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라톤 조직위원회가 강행 의지를 밝힌 데다 이후 보스턴 사건 용의자들이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예정대로 진행됐다.

 경비 총책임자인 영국 경찰청의 줄리아 펜드리 총경은 “당초 계획보다 40%가량 경비 인력을 늘렸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해 대회보다 800명 정도 늘어난 약 2000명의 경찰관이 행사장 주변에 배치됐다. 결승선인 버킹엄궁 인근에선 폭발물 탐지견을 동원한 수색 작업도 벌어졌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이틀 전 “4중의 감시 체계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수집, 주변 시설물 점검, 현장 경비, 제보 신속 대응 체계 마련을 의미했다.

 경찰관들은 마라톤 구간 인근의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세심히 살폈다. 폭발물 설치를 막기 위해 42.195㎞의 전체 구간 주변의 쓰레기통은 모두 다른 곳으로 치워졌다. 거리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카메라 영상 분석 요원도 최대한 가동됐다. 영국은 인구 14명당 한 명꼴로 CCTV 카메라가 설치돼 ‘CCTV 왕국’으로 불린다.

 마라톤 시작 전 30초 동안 보스턴 사건 희생자를 추도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검은색 리본을 옷에 달고 뛴 참가자도 많았다. 대회 후원사인 버진은 완주자 1인당 2파운드(3400원)를 보스턴 사건 유족들을 돕는 기금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3만5000명가량이 완주해 약 7만 파운드(1억2000만원)의 기부금이 쌓였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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