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망막재생 시험 순항 … 실명 없는 세상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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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은 눈 안에 창호지처럼 발라져 있는 신경조직이다. 빛이 들어와 상이 맺히면 뇌에서 이를 인식한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되면 복구가 안 돼 실명에 이른다. 주로 50대 이후에 발병하는 노인성 황반변성, 유전자 이상으로 10~20대부터 시력이 소실되는 스타가르트병 모두 망막의 황반이 손상된 실명 질환이다.

이중 노인성 황반변성이 급증하고 있다. 노령화가 빨라지면서다. 하지만 노인성 황반변성 중 10%인 습성(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불필요한 신생혈관이 생긴 것)에 대해서만 치료제가 나와 있다. 90%인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과 스타가르트병은 치료제가 전무하다.

하지만 최근 불치의 망막질환 치료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가 그 답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차바이오앤디오스텍)와 미국(ACT)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된 망막색소상피세포를 환자의 눈에 주입시켜 손상된 망막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임상시험을 끝내면 실명에서 건져낼 신약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신약 상용화를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국내 연구진의 총책임자는 분당차병원 송원경(망막전문가) 교수다. 차병원그룹 차바이오앤디오스텍에서 임상연구를 제안해 송 교수 주도하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스타가르트병·건성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송 교수)

임상시험 대상 목표는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 12명과 스타가르트 환자 3명. 현재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다. 암·당뇨병 등 기타 질환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금까지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79세) 1명과 스타가르트 환자(44세) 1명에게 처음 시술해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송 교수는 "시술 후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 경과를 관찰합니다. 현재까지는 이식된 세포 생착률도 좋고,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망막 중 중심시야 10도를 담당하는 게 황반이다. 1.5㎜ 크기의 황반은 세포 밀도가 매우 높다. 황반이 변성되면 중심시야가 안 보이면서 시력 질이 떨어진다. 주변 망막이 아무리 건강해도 시력의 80%를 잃는다. 최근 미국·유럽에서 인공망막이 시판됐다. 인공망막은 빛을 겨우 분간하거나 빛 분간도 못하는 망막색소상피세포변성증에 허용된다. 흑백의 점자 패턴으로 빛을 인지하고 아주 큰 글씨를 겨우 보는 정도이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미국 ACT사와 공동 연구해 손상된 망막세포를 대신할 망막색소상피세포를 배아줄기세포에서 찾았다.

송 교수는 "수정란은 2·4·8개 등 배수로 세포분열을 하죠. 3~5일 째 배반기 세포(배반포)에서 세포를 떼내 망막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킵니다. 이때 순도가 높고 타 세포(이종세포)의 오염이 없도록 분화시키는 기술이 관건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배아줄기 세포주는 씨앗의 개념이죠. 계속 샘물이 나오는 옹달샘 같습니다. 하나의 세포주에서 국내 환자 모두를 치료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한 세포주에서 수천 명 넘게 살릴 수 있는 망막색소상피세포가 나올 겁니다”고 설명했다. 스타가르트병 환자는 국내에 2000명, 미국에 2만50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송 교수는 "현재 임상시험만 2~3년 걸리지만 실명위기 환자에게 희소식을 안겨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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