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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승 실패 류현진, 숙제는 많아졌지만 희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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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생존을 위한 '과제'와 '희망'을 모두 발견했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시즌 3승 도전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캠든야즈에서 열린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피안타(2홈런) 2볼넷 5실점하며 빅리그 데뷔 후 가장 부진한 투구를 선보였다. 1회초 안드레 이디어(31)의 선제 3점 홈런을 포함해 2회까지 타선이 폭발하며 4-0 리드를 안았지만 홈런 2개를 맞고 주춤거렸다.

이로써 앞서 이어왔던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행진이 막을 내렸고, 2점대를 유지하던 평균자책점도 4점대(2.89→4.01)를 넘어섰다.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다저스는 5-7로 패했다. 결과와 내용 모두 아쉬움이 남았다.

146km 직구로는 어렵다

이날 투구수 95개 중 직구가 차지한 비율은 42.1%(40개)였다. 이전 경기까지 세 차례 선발에서 기록한 49.3%보다 수치상으로 낮았다. 이는 전략적으로 체인지업(29.2%→28.4%)과 커브(8.3%→11.6%), 슬라이더(13.2%→17.9%)의 비율을 높였다기보다 직구의 위력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변화구 위주로 피칭하는 의미가 강했다.

직구 최구 구속은 146km에 불과했고, 줄곧 140km 초반대에서 스피드가 형성됐다. 볼이 떨어지는 로케이션도 좋지 않아 장타력을 갖춘 볼티모어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실제 4회말 놀란 레이몰드(30)에게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첫 4개의 안타(1홈런)가 모두 직구를 공략당한 결과였다. 피안타 8개 중 5개가 직구를 던지다 맞은 것. 가운데로 몰리는 그저 그런 속도의 볼을 볼티모어 타자들이 놓치지 않았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52.5%의 직구 비율을 보인 후 7일 피츠버그전(48.5%), 13일 애리조나전(47.7%)까지 그 비중이 계속 줄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적절히 섞인 절묘한 슬라이더 덕분에 더 큰 실점을 피했다. 류현진은 앞서 등판한 경기에서 13개의 슬라이더를 던졌고, 이중 한 차례도 안타와 연결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6회 크리스 데이비스(27)에게 2루타를 하나 허용했지만 대체로 볼티모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직구 구속을 끌어 올리지 못한다면 변화구 효과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진 능력은 역시 최고

위안거리도 있었다. 류현진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 위기 속에서도 삼진 6개를 빼앗아내며 '닥터 K' 본능을 자랑했다. 1회말 리그 최고 유망주인 매니 마차도(21)를 삼구 루킹 삼진 처리한 후 4회까지 매이닝 삼진을 뽑아냈다. 첫 타석에서 도망가는 피칭으로 볼넷을 내준 볼티모어 간판타자 아담 존스(28)를 3회 파울팁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2회와 4회 홈런 허용 후에는 항상 삼진을 뽑아내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시즌 탈삼진 26개를 기록한 류현진은 이 부분 내셔널리그 8위에 올라섰다. 왼손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팀 동료인 클레이튼 커쇼(25)와 데뷔전 맞상대였던 메디슨 붐가너(24·샌프란시스코)에 이은 3위. 9이닝당 삼진 비율은 9.49로 오히려 커쇼(9.42)와 붐가너(9.23)를 제치고 리그 왼손투수 중 1위다. 특히 볼넷과 삼진 비율도 5.20(삼진26/볼넷5)으로 나쁘지 않아 제구력에 있어 강점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부진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셈이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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