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자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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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 동무와 놀고있던 막내가 바느질을 하는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물었다.
『엄마, 홍이네는 냉장고도 있고, 「텔리비젼」도 있대. 근데 우린 그런 것이 없으니까 부자가 아니지? 홍이 자식 즈네가 부자라고 막 뻐긴단 말야.』
치맛자락을 잡고 울먹이는 막내에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만 좋을지 무척 당황했다.
○…겨우 네 살 짜리 어린 아이 한 테까지 열등의식을 주어야만 하는 가난한 살림. 『진영아-우린 5부자다. 아빠하구 엉아가 3명, 또 진영이 그럼 다섯이지. 그러니까 부자도 이만저만한 부자가 아니지. 5부자나 되니까 말야.』
○…엄마가 둘러대는 대답에 눈을 깜박이던 막내는 5부자든 삼부자든, 부자라는 바람에 만족하게 웃으며 달려나갔다.
방바닥에 너절하게 흩어진 바느질감을 매만지며 나는 새삼 삶의 의욕 같은 것이 솟구쳐옴을 느꼈다. <임희경·38·주부·대전시 삼성동 391 송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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