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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언·재크」기 3백년만의 철수|영 수에즈 이동 국방백서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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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국은 18일 ①소수의 공해군 및 「홍콩」경비대를 제외한 극동의 모든 지상군을 철수하고 ②중동지구 주둔군을 3분의 1로 감축하는 한편 ③주서독 육공군을 감축시키고 ④앞으로 7년간 신병모집을 억제한다는 내용의 국방백서를 발표하였다.
3백여 년간 누려온 대아주 식민판도를 공식적으로 철수시키는 것을 뜻하는 영국의 이러한 결정은 영국이 당면하고있는 경제적 곤경에서 그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국은 이번 조치로써 28억「달러」정도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예산에서 연간 약 8억「달러」의 경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66년 2월 22일에 발표된 국방백서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구주공동시장을 중심으로 결속하고 있는 「유럽」제국의 일반적 정책방향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영국으로서는 그들의 시야를 아주로부터 구주로 돌려야한다는 점, 영국이 제한된 국력으로써는 중동 및 아주에서 부닥쳐야하는 갖가지 도전에 대해 효과적인 군사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동남아 지역의 영국 식민지들이 그 동안 자위력을 어느 정도 향상시켰다는 점, 특히 「인도네시아」의 반공「쿠데타」로써 「말레이지아」가 그때까지 위협을 받아온 「인도네시아」의 침공위협에서 벗어난 점등도 영국의 군대 철수 결정을 이끈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의 이번 정책전환이 「아시아」의 앞날에 미칠 영향으로서는 2차대전 이래 계속되어온 아주세력 균형변동과정의 촉진을 들 수 있다. 불란서가 「디엔비엔푸」의 참패를 계기로 아주에서 후퇴한 이래 과거 3백여 년간 아주를 석권해온 서구식민세력은 서서히 철수작업을 시작했다.
「수에즈」운하 이동의 군대를 철수시키기로 한 영국의 결정은 바로 이 과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금까지 영국의 세력권내에 들어있던 지역을 미국에 인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아직 세력의 공백지대는 완전히 분할되지 않았고 세력균형의 윤곽도 혼란 속에 묻혀있는 상태에서 영국이 후퇴하게 됨으로써 여기에는 또 하나의 세력진출의 여지를 남겨두게 되었다.
최근 「말레이지아」「실론」등 고무생산국가들이 소련을 위시한 동구세력에 접근하고 있는 현상은 이런 방향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공업국가에 대한 농촌국가의 파란』이라는 주석을 달아 소위 인민해방전쟁을 선동하려는 중앙세력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그리고 그사이에서 어부지리를 노리려는 공산세력-.
이들의 각축이 앞으로 아주 정치에 어떤 작용을 미칠 것인가의 문제는 곧 아주와 평화에 직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을 놓고 영군 철수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국가들은 국방면에 있어서의 대미의존도를 높이는 동시 자국의 방위력 강화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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