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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이호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월의 작단은 여전히 그만그만한 양의 작품이 발표되고있지만, 그 어느 달보다도 활력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 「현대문학」지가 보다보다 못하여 돌파구의 한 시도로서 장편응모로 두편을 내고있을 뿐이다.
작단을 덮고있는 일반적 분위기나 작가들의 무기력이 어떤 양상이냐 하는 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 그나마 오로지 읽을 맛을 주는 작품으로 7월의 작품에서는 이재하씨의 「조」(동서춘추)가 있다.
씨는 언젠가 사회와 역사와의 차단을 대담하게도 선언한 일이 있지만, 이점은 씨의 오기이자 객기이면서 동시에, 씨의 눈에 비친 모든 값싼 오기와 객기에 대한 씨 나름의 분노와 반발로 보인다. 바로 그렇게 선언하 씨 자신은 어느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작품 「조」는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시대나 한 상황의 전체 상을 스스로 거부하고 나서 작가가 나머지 갈길은 두길 가운데 한길밖에 안 남을 것이다. 그 하나는 어떤 세부건 세부에의 집착이고, 나머지 하나는 황량한 공백과 무기력이다.
작품 「조」는 밤 1시부터 여섯 시까지의 한 상가 집에서의 풍경을 다루고있는데 사회와 역사와 차단된 속의 음울 이고 황량한 무기력의 세계이다.
『혼자 남게 되자 또다시 발기돼있는 것을 깨닫고 속이 뒤틀리는 듯한 웃음에 나는 사로잡힐』만큼, 이 작가는 저 어느 원시의 지점에 가있다.
물론 이 지점이 하나의 단초는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초가 되자면 작가 정신의 긴장이 수반되어서 무엇인가와 맞부닥쳐서 선택이 이루어 질 때이다.
한데 이 작가의 경우는 모든 사상은 저 어느 바깥으로 의미 없이 흘러갈 뿐이고 작가는 무한정 공백 속을 맴돌고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하나의 과도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 자체로서 굳건한 세계일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딪치는 것이 없이 작가 자신이 피를 흘릴 수도 찢겨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조」가 그나마 이달의 작품들에서 읽히는 이유는 작가가 솔직한 자기 육성과 자기 의상을 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일 것이다. 솔직은 미덕에는 속하지만, 그 이상일 수는 없다. 그 이상이 되자면, 작가나 예술가는 근원적으로 오만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지녀야한다.
역시 작가로서 가장 확실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살고있는 시대의 가장 확실한 사상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고 그렇게 애쓰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가장 정면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끌어안으려는 자에게 가장 심한 철퇴를 내리고 찢어놓고 피를 흘리게 한다.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그러나 작가의 경우에서는 갈기갈기 찢기로 피를 흘림으로써 가장 확실한 그 자신의 세계를 쌓아 올리고, 그 시대를 가장 근원적으로 체현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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