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4)희망의 단계⑪거제대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다리가 선다. 다도해 맑은 바다 위에 다리가 선다. 임난의 성웅 이순신 장군이 왜적의 배를 몰고 들어온 견내량 물목 굽이에 「콘크리트」다리가 서는 것이다.

<10「미터」폭의 「콘크리트」>
길이는 5백60미터, 거제 섬과 육지를 잇는 이 다리는 거제대교. 11만7천여 명의 거제섬 사람들을 외줄기 「콘크리트」다리로 육지와 매듭을 잇는 것이다.
바닷물이 헤어지고 바닷 속이 까뒤집혀 세워지는 거대한 교각은 모두 11개. 물 좋고 부드러운 견내량 미역밭에 「콘크리트·믹서」기가 아름드리 「시멘트」기둥을 못박고 있다.
국토종합개발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공사비는 4억5천만 원. 65년4월에 착공되어 68년12월에 끝마칠 예정이지만 1년을 앞당겨 올해 안에 전부 끝내려고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수면하 26∼27미터를 공기잠함 공법으로 뚫고 들어가 잠함 기초를 만들고 잠함 안에 들어가 바다밑 바닥을 뚫기 시작, 구주식 구체를 만들어 바닷속 교각을 세운다.

<교각11개를 잠함 공사로>
이 공법은 한강인도교 공사 때부터 깊은 강이나 바다에 놓일 다리 공사에는 으례 쓰이는 공법인데 새로 발전된 공법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가장 안전하고 가장 견실한 다리 공사법으로 꼽히는 것.
바닷 속 잠함 안에 들어가 작업하는 인부들은 1평방 센티에 2.6 킬로그램 이상의 압력을 받아 신체상의 위험을 받는다고….
둘레가 20미터나 되는 교각을 하나 세우는데 약2개월이 걸리며 1일 1백60명의 인부가 동원되어 일을 한다. 잡부들은 1일 최저 2백60원에서 최고 8백원까지 받으며 깊이 30여 미터되는 바다 위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다.
잠함의 해저기초작업이 끝나면 다시 철근 「콘크리트」로 높이 30여 미터를 올려 비로소 교각이 완성된다.
20톤 짜리 「크레인」이 울고, 「콤프레서」가 바닷속 암석을 뚫는 소리, 20킬로와트의 발전기 소리, 거기다 「워터펌프」의 물 빼내는 소리, 공사장은 각종 기계소리로 어지럽지만 파도소리 하나 없이 푸르고 맑은 견내량 물굽이는 거대한 공사도 모르는데 오늘도 한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경남 통영군 용남면 장평리와 거제군 사등면 덕호리를 잇는 이 다리공사는 거제군의 17개 유인도와 26개 무인도를 육지와 연결시키는 하나의 커다란 꿈이었다.
63년 기본조사를 두 차례나 하여 비로소 착공했는데 폭10미터 (차도7미터·도보3미터) 의 이 다리가 완성되면 충무시에서 성포를 거쳐 거제∼장승포까지 접속 도로가 열리게 된다. 넓이 3백80평방 킬로의 섬이라기에는 너무도 큰 거제도는 좁은 견내량 물목 하나로 육지와 떨어져 섬 구실을 해온 셈. 다리가 가로놓이는 통영군 장평리와 거제군 덕호리는 예로부터 조그마한 나루터였다.
장평리는 충무시에서 12킬로, 덕호리는 거제에서 40킬로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육지와의 왕래는 모두 배로 충무에서 성포 혹은 부산에서 장승포로 직접하여 장평리는 한가한 어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거제도와의 물굽이가 가장 좁은 견내량에 다리가 놓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나루터도 한결 흥청. 하루 2백여 명의 통행인과 20여대의 차량이 나룻배 신세를 진다. 5대나 견내량 나루터에서 살며 나룻배 사공 노릇을 하고 있는 김칠석 (38) 씨는 『다리가 완성되면 나룻배를 팔아 고깃배를 사서 낚시질을 하며 미역을 따서 살겠다』고 하나 둘 세워지는 교각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물 등의 수송비 절약>
거제도는 예로부터 버림받은 땅. 일본과 가까워 왜구의 침입이 심했고 고려조 때는 합포 (지금 마산)를 중심으로 한 여원 연합군동정의 길목으로 병참지 였으며 임란 때는 남해일대의 군사요충지로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의 지리적 작전지 였다.
또한 6·25 사변 때는 포로수용소로 거제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11만7천5백89명의 부지런한 주민들은 비옥하지 못한 땅이나마 갈고 심어 「아카시아」와 해송으로 언덕을 덮고 밭갈이 땅은 면화·피마자·박하를 심어 거제의 특산물을 만들었다.
이제 육지와 매듭을 잇는 다리가 완성되면 연간 어획고 2만4천톤 (싯가2억5천만원)을 넘는 수산물이 육로로 직송되어 수송비도 절약되며 비·바람·안개로 연 평균 50∼60일간씩 두절되는 해상교통의 안타까움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밝은 전망.
현재 거제도는 육로와 해상의 이중수송과 이중하역 때문에 일상용품마저 육지보다 평균 10∼20%가 비싸다.

<한땐 「정치교」란 비난도>
충무에서 견내량을 지나 성포까지 돌아가던 교통이 견내량에서 직접 통해지면 해상에 비해 10킬로의 거리와 2시간 내외의 시간이 절약되는 것. 그리고 관광지로도 한려수도를 연결하는 국립공원지대구성으로 이바지될 수도 있으며 거제도의 역사가 말해주듯 군 요색 지로서의 가능성도 보여 신병훈령소로서 적합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육지와의 이 매듭이 이루어진다 해도 어선의 동력화가 촉진되는 요즈음 수산물 수송은 한갓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남해안 어로작업의 기점이 되어있는 장승포에서 부산까지는 겨우 2시간. 어선의 근대화로 선박마다 냉동시설을 갖춘다면 대소비지 부산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덧 지금도 벌써 나타나 충무시는 이제 어항으로서는 낙조에 물들고 있다.
건설부의 감독으로 경상남도가 시공청이 되어있는 이 공사는 시급한 공사 순위로 따진다면 뒤떨어지는 것이어서 한때는 정치교라는 비난도 못 면했었다. 그러나 여기 홀로 던져진 외딴 섬과 육지와의 매듭의 희망은 섬사람 아니면 결코 가슴속 저리도록 느끼지 못하는 것. 하나 하나 새로 교각의 밑뿌리가 바닷 속에 박힐 때마다 거제도는 섬에서 그토록 그리운 육지로 한 발짝 씩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글·양태조 기자
사진·이종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