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운영권 우리가" 팽팽한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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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고속철도 운영권을 놓고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철도청은 1백년 동안 철도를 운영한 경험과 기술력을 내세우면서 자기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단 측은 "우리가 직접 건설했고 첨단기술도 보유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반박한다.

이 때문에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올해 말로 예정된 서울~대전 고속철도 개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남서울대 김시곤 교수는 "양측이 계속 대립하다간 개통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해 당사자들이 폭넓고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열되는 공방전=먼저 논쟁의 불을 지핀 곳은 고속철도공단 노조다. 주무 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철도구조개혁이 늦어지자 지난해 말 철도청 측에 고속철도 운영준비를 지시했고, 이에 노조 측이 발끈하고 나선 것.

노조 측은 최근 성명서에서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청이 고속철도를 운영한다면 고속철도의 부실은 피할 수 없다"며 "운영권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96년 4천5억원, 98년 6천2백70억원, 2000년 6천4백70억원 등 계속 증가세인 철도청의 영업적자를 꼬집었다.

게다가 노조 측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 측이 밝힌 철도 운영 부분(고객유치.승객수송 등)을 공사화하는 방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유현동 노조위원장은 "공사화해도 어차피 철도청 출신이 대다수가 돼 달라질 것이 없다"며 "일반철도와 고속철도의 운영을 완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총파업 등 실력행사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교부와 철도청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철도청 김철환 고속철도계획과장은 "고속철도는 철도청 소유의 기존선을 쓰는 구간이 45%에 이르고 서울역 등 상당수 역을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이를 어떻게 나누느냐"며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로 고속철도만 따로 떼어내면 나머지 철도는 다 죽으라는 얘기냐"고 반박했다.

철도청 측은 또 "공공기관이라는 성격 때문에 적자 노선도 폐지하지 못하는 등 경영합리화에 제약 요건이 많아 적자가 불가피했다"며 "고속철도 운영을 계기로 경영정상화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의견=교통개발연구원 이창운 박사는 "고속철 중심으로 따로 운영하다보면 기존 철도는 황폐화된다"며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철도청에서 같이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립대 손의영 교수는 "고속철도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인데 옛 사고방식을 가진 철도청이 맡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기존 철도는 별도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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