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부엌서 폭탄 만드는 법" … 알카에다 대놓고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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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방법’.

 2010년 예멘 지역 알카에다가 발행하는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의 특집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압력솥을 “사제폭탄을 만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도구”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주목한 ‘압력솥 폭탄’의 위력은 15일(현지시간) 보스턴마라톤 테러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압력솥 폭탄은 테러 조직과 대테러 전문가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도구다. 일반적으로 압력솥 안에 폭약과 금속 조각 등을 채워 넣은 뒤 뚜껑에 시계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뇌관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폭약으로는 주로 질산암모늄이나 RDX(고성능 폭약)가 사용된다. 당초 보스턴마라톤 테러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던 ‘파이프(pipe) 폭탄’과 비슷한 원리다. 폭발과 동시에 금속 조각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팔다리 절단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2006년 7월 인도 뭄바이에서 209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테러가 대표적인 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많이 사용해 1990년대부터 네팔·인도·파키스탄·말레이시아 등의 분리주의 무장단체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서구에서도 육류 찜 등의 용도로 압력솥의 이용이 늘면서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개인 테러리스트들이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제조 과정 덕에 인터넷으로 제조법이 쉽게 퍼진 것도 한몫했다. 2011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 내 테러를 계획하다 체포된 나세르 앱도도 인터넷에 올라온 ‘인스파이어’를 통해 스스로 폭탄 제조법을 터득했다.

 압력솥 폭탄 테러가 미국 내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지만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2004년 미국 국토안보부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테러 훈련소에서 압력솥을 이용한 사제폭탄(IED) 제조 기술을 테러범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0년에도 “빌딩 로비나 사람이 붐비는 거리 구석에 놓인 압력솥은 의심해야 한다”면서 공공 장소에서의 폭발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같은 해 5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이 폭탄을 이용한 테러 기도가 있었지만 불발에 그쳤다. 그리고 3년 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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