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공존의 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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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련은 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에어·쇼」에서 가공할 무기들을 공개했다. 소제 「로키트」는 또한 TNT 1억톤에 해당하는 핵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 당국은 함재용 요격 「미사일」의 제조를 의뢰중이다. 방어용인 이 「미사일」은 특수하게 건조한 일반군함이나 잠수함에 실어 세계해양의 어느 구석에든지 배치할 수 있다.
무기개발은 도무지 끝없이 계속된다. 평화공존이 무기공존의 의미로 해석된다면 그것은 기한부의 효과밖에는 없다. 시한 폭탄적인 평화를 어떻게 평화랄 수가 있겠는가.
중동전쟁을 계기로 미·소의 「평등공존」은 사실상 와해되었다. 미·소 사이에 핵전력으로 우열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금은 「불평등공존」시대라고나 할지. 「베를린」 「쿠바」 「콩고」 「가나」 남미 「유럽」 각지에서 소련은 수년 내 실패를 거듭해온 셈이다.
세계외교의 실지 회복은 소련의 입장으로는 불가피한 일이다. 무기개발에 그처럼 뜀박질을 하려는 것은 「힘의 외교」를 유지하려는 뜻도 있다. 미국도 역시 상대적인 반응에 민감하다.
강대국들의 공존의식은 「평화」의 응달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더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럴수록 신구무기의 대체는 무기수출을 장려하게 된다. 중동전장은 마치 대 국제무기 전시장 같지 않았는가.
미국은 최근 연간 평균 20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주문을 신흥국들로부터 받고 있다. 소련은 연평균 4억 「달러」의 무기를 수출한다. 「코스트」로 보면 그 4억 「달러」는 20억 「달러」의 양과 맞먹는다. 이것은 결국 국지적 군확경쟁을 유인할 것이다.
얼마전 미 국무성이 군인·군속·핵군인들의 신뢰성을 「테스트」 한 것은 새로운 공포를시사한다.
지난 5년간 약 1만명이 요직을 바꾸었다. 술주정꾼·의욕부족자·능력미달자·정신박약자·무책임자는 모두 핵요직에서 떠났다. 이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우발사고는 한 순간에 세계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의 신뢰성마저 잃어버리면 세계의 평화는 없다. 무기공존의 평화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대국들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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