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항」 등지는 화상의 자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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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10」폭동이래 관광객 줄어들어>
죽의 장막이 내려져 있는 중공에 자유진영이 발 붙이고있는 유일한 땅은 향항과 「마카오」. 이중 「마카오」는 이미 지난날의 모습을 잃고 퇴폐 해버린 지 오래지만 향항만은 동양의 진주로 군림, 날로 번영을 거듭해왔다.
1839년 아편전쟁결과 99년간 영국에 조차지로 넘겨준 향항은 구룡반도와 합해 1천13평방 킬로의 면적에 3백69만2천명(64년 추계)이 몰려 사는 손바닥만한 곳. 그러나 빽빽하게 들어선 마천루와 밤하늘을 수놓는 「네온·사인」이 말하듯 완전한 자유무역항으로서 어두운 중공 땅과는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며 마음껏 번영을 구가했다.
이러한 번영의 「쇼·윈도」도 지난 5월 22일부터 시작된 반영 폭동으로 인해 사양길에 접어들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대규모적인 「데모」에 이어 6월 10일부터 시작된 파업선풍은 향항에 담겨 있는 자본의 해외도피를 조장했는가 하면 수입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객의 돈이 줄어들어 막심한 피해를 입기 시작한 형편.

<자본유입 끊기고 상업기능도 마비>
중공이 조정하는 향항 영 당국 박해 반대 투위가 주도하여 벌어진 유혈폭동은 급기야 향항상업전반에 걸친 파업으로 번져 모든 기능이 「올·스톱」상태.
따라서 불안한 향항의 정정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그 중요한 것을 훑어보면-먼저 자본의 해외도피. 향항의 안전기반이 흔들리자 돈을 빼내간 제1번 타자는 장사 속이 바른 화상자본임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일. 반영 투쟁이 시작된 이후 도망친 자본은 8∼15억 향항 불(5향항불선이 1 미불상당)로 추계 되고 있으나 정청 재무부는 5월중에 자본유출이 많아야 2억 향항불이라고 시치미를 떼고있다.
하지만 향항의 고도성장(60∼64년까지 13.6% 65∼66년은 약 10%)을 뒷받침 해온 지주가 년간평균 6억 향항불이 유입되어온 화상자본이었음에 비추어 유입은커녕 유출되고있는 현실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임금인상에 대비 기업가 활동중단>
둘째는 예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 지금까지 은행예금 증가율이 매년 30∼40%였던 것과는 정반대로 5월말의 예금 잔고는 84억7천만 향항불로써 4월말의 89억7천2백만불에 비해 약 5% 감소. 또 하나 큰 두통거리는 기업간의 의욕감퇴. 향항 폭동의 원인이 노동쟁의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앞으로 닥쳐올 임금 상승 공격에다 사회적인 불안은 기업가들의 활동 의욕을 크게 후퇴시키는 심리적 요인을 안겨주었다.
하여튼 지난 6월 24일 『향항 구룡은 본래 중국의 영토다 향항의 연합 「스트라이크」가 최후의 승리를 싸워 얻을 때까지 지원한다』고 주은래가 선언, 1천만 향항불을 투쟁자금으로 보낸 중공의 저의가 어디 있었든 간에 화상자본의 도피로써 시작된 1년의 사태는 향항경제가 전환점에 이른 것을 뜻한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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