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경제협력『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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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자카르타」에는 선진국들의「경제협력」이 경쟁하듯 밀려 닥치고 있다.
특히 화란·일본·서독 등은 이미 상당한 액수의 돈을 「인도네시아」에 들여왔으며 미국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수하르토」정부가 들어서면서도 경제적으로 자유주의체제를 회복하고 새로운 외자도입법을 마련하자 자유진영 제국 투자가들의 「자카르타」행 비행기는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카르노」의 붉은 빛깔을 보고 9억9천만「달러」의 엄청난 원조를 제공하여 최대의 단독 채권국이 된 소련은 새 정부가 공산당을 탄압했다는 이유로 채권변제를 연명하는 것마저 한때 거절했었다.
작년 10월 「아담·마리크」 외상의 「모스크바」방문을 통해 소련은 「인도네시아」의 채권변제를 연기하는데 동의했으나 장차의 「경제협력」같은 것은 생각 않게 된 형편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리고 좀 색다른 각도에서, 과거 「인도네시아」를 지배했던 화란이 다시 「자카르타」에 진출하여 「경제협력」을 외치는 모습은 한국과 일본관계를 연상시키기에 알맞았다. 그뿐 아니라 1942년부터 3년간 이 나라를 점령했던 일본도 옛 시절을 되찾으려는 듯 자못 활기를 띠고 있으며 그들의 상품은 차츰 중공제품을 대체해가고 있다.
외국자본은 이처럼 「인도네시아」에 새로이 진출하고있지만 너무나 어마어마한 경제적 혼돈을 정리하여 정상화 해야하는 「수하르토」의 새 정부는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우선 균형예산집행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정부는 올해예산으로 8억「달러」를 책정했는데 그중 2억「달러」는 외국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가 현재 직면하고있는 경제적 난관을 말하는 사람들은 한편으로 이 나라의 경제적 잠재력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원래 「적도에 걸려있는 진주목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석유, 고무, 「고프라」, 원목 등 중요한 자원을 무진장으로 품고 있다.
이와 같은 「적도에 걸려있는 진주목걸이」에 돈을 던져 넣는 선진자본국들의 향내나는 「오퍼」에 대한 「인도네시아」국민들의 경계심과 조심성도 일본자본에 대한 한국민의 경각심과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제2차대전이 끝나기 전 3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점령했던 일본은 전쟁배상에다 「데위」부인을 묻혀 「수카르노」에게 안겨주었다는 말을 듣고있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들의 책략은 대단한 경계를 받고있다고 일본의 어느 저명한 언론인이 실토했다.
미국 또한 중립을 표방하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조심스레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련에 최대의 책무를 지고있는 「인도네시아」정부는 미국의 원조와 자본을 도입하는데 하나하나 「모스크바」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선진자본국가들의 「경제협력」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도네시아」이기 때문에 한국같이 비슷한 처지의 나라에서 제의하는 경제협력은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이다. 서울의 어느 개발회사가 「카리만탕」에서 원목벌채를 하는데 「자카르타」정부로부터 기대이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받은 일이 있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계속> 자카르타=임상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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