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긴급총회와 중동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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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6월 17일 중동문제와 연관해서 소련의 요청으로 개막된 「유엔」 긴급 특별총회는 4일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3개 결의안을 모조리 부결함으로써 원점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있다.
부결된 결의안은 ①「이스라엘」군은 「아랍」영에서 전전진지로 즉시 철수하라는 비동맹17개국결의안 ②「이스라엘」군이 「아랍」영에서 철수하되 이와 병행하여 「아랍」대 「이스라엘」의 적대행위가 중지되어야 한다는 중남미 20개국 결의안 ③「이스라엘」의 침략을 규탄하고 「이스라엘」군은 「아랍」령에서 즉시 무조건 철수하라는 소련 결의안 이었다. 전기한 ①, ②의 결의안은 3분의 2이상선에 미달함으로써 부결되었으나 ③의 소련 결의안 단순 과반수의 찬성조차 얻지 못하였다.
그와 반면 채택된 결의안은 극히 지엽적인 문제로서 「파키스탄」이 제안된 성도「예루살렘」의 신·구시합병 무효선언과 「스페인」이 제안한 「아랍」난민 및 중동희생자를 원조하라고 호소한 결의안이었다. 이로써 소련의 「유엔」 긴급 특별총회를 통해서 시도했던 공세는 다같이 좌절되고 말았다. 소련의 중동정책은 「나세르」의 패퇴로써 첫 고배를 마셨고「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그가 지지하는 제 결의안이 부결됨으로써 이전삼전의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그에 따라 소련의 위신은 여지없이 실추되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소련은 중동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이스라엘」규탄에만 나섰다. 어떤 분쟁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받아들일만한 공평한 방안이 제시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대수의 공명도 살 수 없다.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일련의 결의안이 부결되었다는 것은 중동문제해결을 위한 세계여론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점 「유엔」 긴급총회는 이번에 중동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중동문제에 대한 여론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나마 의의 있는 일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중동문제는 다시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 될 듯하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동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란 전망은 없다. 왜냐하면 「유엔」 긴급 총회도 양 미·소를 비롯한 강대국이 대결할 때 그들은 각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동문제가 「유엔」안보리에 회부되어 해결될 수 있는 길은 우선 교전국간의 타결을 바탕으로 한 강대국간의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소의 타결이 없고서는 해결의 가망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번 「존슨」 미 대통령은 「글라스보로」에서 「코시긴」 소련 수상과 회담했을 때 중공문제해결을 위한 11개 항목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즉 ①「이스라엘」군의 철수 ②「이스라엘」의 존재인정 ③전쟁상태의 종식 ④교전국 권리의 협상 ⑤무력의 불사용 ⑥「수에즈」및 「아카바」만의 자유운행권 ⑦무기경쟁중지 ⑧「아랍」난민해결 ⑨「유엔」의 해결방안검토 ⑩조정기관의 설치 ⑪사회경제발전계획 수립 등으로 되어있다. 어쨌든 중동문제는 심부로부터 항구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소의 책임과 합의를 결코 도외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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