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기부양보다 부패 해소에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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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중국 증시가 요즘 꼭 이렇다. 5년 만에 꿈틀대나 싶더니 다시 미끄럼을 타고 있다. 지난 연말 2000 선을 내주며 저점을 찍은 상하이종합지수는 2월 초 2500 근처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양회 개막 직전인 3월 초 나온 부동산 규제에 주춤했고, 이번엔 성장률 둔화라는 대형 암초를 만났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8%)를 밑도는 7.7%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상하이종합지수는 15일 1.13% 급락했다. 16일에는 소폭(0.59%) 반등에 성공해 2194.84로 마감했지만 지난 2월 18일 고점과 비교하면 10% 이상 떨어져 있다. 이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신용등급(Aa3)을 유지하면서도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낮췄다.

  중국의 부진한 1분기 성장률은 투자보다는 소비 부진의 영향이 컸다. 시진핑 정부의 공공경비 축소와 과소비 억제 정책에다 식품안전, 환경오염 우려까지 겹치면서 소비의 성장 기여는 급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국유기업 개혁 등으로 3월 들어서는 산업생산까지 둔화됐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2분기에 중국 수출은 미국·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겠지만 소비를 위축시킨 부정적 요인들이 여전하고, 신종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치면서 경기가 크게 나아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당장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 시진핑 정부는 경제 전반의 개혁과 소득격차 해소, 신형 도시화 등 질적 성장이 경기부양에 우선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증권 김경환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과 부패 단속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중국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형중 연구원도 “만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중국은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 증시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신규계좌 개설 건수도 바닥을 기고 있다. 2008년 초 매주 70만 건을 넘었던 신규계좌 개설 건수는 요즘 10만 계좌대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 증시는 아직도 외국인 투자 비율이 전체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철저히 내국인과 중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좌우하는 시장이다. 동양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내국들인이 펀더멘털이나 경기요인보다는 정부정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혁의지가 상하이 증시 반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초 반짝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붐도 주춤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51개 펀드에는 2451억원이 순유입됐다. 2007∼2008년 중국펀드에 가입했다 상승장을 틈타 올 초 환매한 돈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중국 펀드에 새로 들어간 돈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서만 중국 본토 펀드 9개가 신규 설정됐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은 중국 펀드에서 다시 561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가 2분기에 반등하면서 증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2분기 이후 내수 개선과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8.1%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된 근거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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