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로 팔았더니 … 1680원짜리 양상추가 138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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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로컬푸드 시스템을 통해 생산자는 더 비싸게 팔고, 소비자는 더 싸게 살 수 있는 구조를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볼까요.

경남 의령에서 양상추 농사를 짓고 있는 정왕식씨는 당일 새벽에 수확한 양상추를 이마트 창원점·진주점 등 인근 7개 점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씨가 기르는 양상추도 수도권 경매 시장을 거쳐 해당 점포에서 판매됐습니다. 반나절도 안 걸릴 거리를 3~5일씩 지나 판매됐던 거지요.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가격도 높아졌습니다. 이전에는 정씨가 750원에 판 양상추가 산지수집상(820원)·경매시장(970원)·중간도매인(1060원)·협력업체(1300원)를 거쳐 이마트에서 1680원에 판매됐었죠.

그런데 지금은 정씨가 900원에 양상추를 파는데 이마트 판매가는 1380원입니다. 정씨는 150원을 더 받고 파는데도 소비자는 300원 더 싸게 살 수 있는 것이죠. 산지수집상에 넘길 때와 달리 지금은 상품 포장에 정씨의 얼굴 사진도 들어가기 때문에 정성도 더 기울이게 됐고요. 며칠씩 차를 타고 다니느라 풀이 죽은 양상추 대신 신선한 제품을 바로 공급하게 되니 자신감도 생겼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로컬푸드에 주목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농림수산성 주도로 연간 1000억 엔(약 1조1400억원)을 들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쇼(地産地消)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본 지산지쇼 매장은 농가가 매일 아침 직접 포장한 상품을 가져오고, 팔다 남은 것은 다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일본 대형마트도 로컬푸드 비중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자스코는 전체 농산물의 20%를 로컬푸드로 운영합니다.

미국·캐나다에서는 집에서 100마일(약 160㎞) 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100마일 식생활’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근 농부가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인 ‘파머스 마켓’을 통해 로컬푸드가 직거래됩니다. 미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매달 식재료 중 10%를 로컬푸드로 사자는 ‘10%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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