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월街의 새 테마 "작은 것이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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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증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격언이 어울린다. 소형주를 전문으로 하는 신생 이지스 밸류 펀드에서는 매니저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투자자금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이지스 펀드가 인기를 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42.7%의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두달 사이 약 7천만달러가 몰린 가운데 매니저 스콧 바비와 그의 파트너들은 유망 소형주를 발굴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그는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주가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첨단기술주와, 침체에 빠져 있는 스탠더드 & 푸어스(S&P)500 지수 펀드에 자금이 묶여 눈물을 흘리는 동안 소형주들은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2000년 초 기술주 주도의 활황 장세가 급격하게 식어버린 후 소형주의 수익률이 대형주를 앞지르고 있다. S&P 500 지수가 26% 하락하고 나스닥이 61.4% 떨어질 동안 소형주는 10%나 상승했다.

소형주(시가총액 10억달러 미만)의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높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 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기동력이 뛰어나고 성장 여지가 더 많다.

금리가 지금처럼 낮을 때는 소기업들도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리고 대기업들보다 해외시장 의존도가 작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거나 외국 경제가 불황을 겪어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카고의 투자연구회사 이보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1926년 이후 소형주의 수익률이 대형주보다 1년에 2%포인트 정도씩 높았다. 최근 들어 더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으며 S&P의 샘 스토볼 같은 애널리스트들은 아직도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소형주는 특히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올 때 빛을 발한다. 과거 네차례에 걸친 경기회복기의 첫해에 소형주는 평균 29%의 상승을 기록했다.

T. 로우 프라이스 스몰 캡 밸류 펀드의 매니저 프레스턴 애세이는 “아직도 상승의 여력이 남아 있다. 이같은 사이클은 보통 3∼7년 지속된다”고 말했다.지금 소형주에 투자한다면 엄밀히 말해 상승 초동단계는 지났다. AMG 데이터 서비시스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초 이후 투자자들은 소형주 펀드에 무려 5백1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다른 펀드에 투입된 자금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액수이며 현재 펀드에 투자된 총 자금의 25%를 차지한다. 애세이는 “투자자들이 실적을 좇기 시작했다”며, 몰려드는 자금 때문에 매니저들이 펀드에 추가해야 할 종목들을 너무 고가에 매수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렇게 되면 바비 같은 펀드 매니저들은 어려워진다. 그는 오랫동안 현금을 쥐고 있더라도 싼 값에 매수한다는 철칙을 고수한다. 유망 소형주 발굴에 따르는 압박감 때문에 지난해 7개의 소형주 밸류 펀드가 추가 입금을 받지 않았고, 그 전해에도 다섯개 이상의 펀드가 자금조성을 마감했다. 바비는 좋은 종목들을 찾지 못한다면 자신도 펀드를 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주 펀드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하다. 펀드가 어느 종목을 선택했을 때 매수할 수 있는 수량에 한도가 있기 때문에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대규모 펀드일수록 소형주 시장의 알짜 주식에 집중투자할 수 없게 된다. 모닝스타의 스콧 쿨리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펀드 규모가 클수록 실적이 나쁘다고 말한다.

그는 투자대상 기업의 시가총액과 엇비슷한 자산 규모를 가진 소형주 펀드를 선택하라고 투자자들에게 충고한다. 그러나 어느 법칙에나 예외는 있는 법. 최대 규모의 소형주 펀드인 피델리티의 저평가주 펀드는 오랫동안 선두자리를 지켜왔다(자산 규모 약 1백10억달러, 투자종목 7백개 이상).

쿨리는 피델리티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그렇게 많은 종목을 철저히 조사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애널리스트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만들어진 인덱스 펀드는 대형주 투자에는 유리하지만 소형주 투자에는 불리하다. 1990년대 모두가 S&P 500 종목에 투자할 때는 인덱스 펀드가 최고였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를 창안하고 어느 회사보다 그 운용법을 잘 아는 뱅가드에서도 뱅가드 소형주 인덱스 펀드의 실적은 지난 3년·5년·10년 동안 형편없었던 것으로 모닝스타의 자료에 나타나 있다.

그것은 인덱스 펀드의 경우 소형주가 지수에서 제외될 만큼 규모가 커지면 곧바로 매도해야 하는데, 바로 그 때가 가장 수익이 높은 시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소형주의 대표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러셀 2000 지수의 경우 나중에는 지수 내의 대형주 비중이 너무 커져 소형주들의 장점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투자전략은 첫째, 투자 종목의 최대 20%를 소형주나 소형주 투자 펀드로 구성하라. 둘째, 소형주 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잦은 매매로 소폭의 수익을 취하려 하지 말라. 셋째, 기동성이 뛰어나고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은 펀드나 ‘큰 것이 나쁘다’는 통념을 초월할 만큼 인력이 충분한 펀드(예를 들면 피델리티나 프라이스社의 펀드)를 선택하라.

넷째, 모닝스타닷컴에서 종목을 충분히 비교하고 반드시 고수익 성장주와 가치주를 모두 포함시켜라. 이 두 테마가 번갈아가며 소형주 시장을 지배한다.

소형주 상승 랠리가 이미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너무 오래 기다려서는 안 된다. 현재의 페이스가 계속된다면 신규 투자자금을 받는 펀드를 찾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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