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증거물 분실|주인 없는 시계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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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인 없는 시계밀수 사건의 범인 백응서(47·동도섬유 상무)씨가 법원의 구속적부심사에서 풀려나감과 함께 검찰이 증거물로 낸 백씨의 자필쪽지가 법원에서 없어지고 6천5백만원어치의 수출용원자재 「폴리에틸렌」 유출사건의 피의자인 동명공업사 대표 강석화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두 번씩이나 기각되어 검찰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인 없는 시계 밀수사건의 범인 백응서씨는 지난 13일 서울형사지법의 구속적부심사결과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되었는데 백씨는 석방된 즉시로 행방을 감추어 검찰의 지명 수배를 받고 있다.
백씨의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심리한 서울형사지법은 검찰에 『증거물을 보내달라』고 요청, 『①「롤렉스」남자용 시계 2개 여자용 3개를 보냅니다 ②장모에게는 15만원만 지불하여 주시오 ③일요일 아침 전화를 걸겠으니 기대하시오』라는 등 8개 항목의 내용이 적힌 백씨의 자필쪽지를 법원에 보냈으나 백씨가 석방된 후 법원에서는 수사기록만을 보내왔을 뿐 증거물인 이 쪽지를 보내지 않아 검찰은 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이택규 부장검사는 법원 사환을 소환, 적부심 기록 송달관계를 추궁한 결과 『적부심 기록만을 검찰에 보냈을 뿐 증 제1호라고 씌어진 쪽지는 검찰에 보낸 일이 없다』는 진술을 얻어 문제의 쪽지가 법원에서 없어졌다는 것을 확인, 피의자 백씨와 법원직원이 공모, 없애버린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법원에서 증거물이 없어진 사건은 이 사건이외에도 「모리나가」 분유 밀수사건 때 법원에서 빌려간 검찰의 증거물이 없어져 무죄판결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한편 서울형사지법 나석호 판사는 28일 6천5백만원 어치의 수출용 원자재 「폴리에틸렌」유출사건에 관련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동명공업사 사장 강석화씨의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하고 신일상회 주인 황태경, 「브로커」 김도경씨의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
나석호 판사의 말=견해의 차이다. 검찰에서 흥분했다고 판사까지 흥분될 필요가 있느냐? 인신구속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기각했다.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해 주었으며, 한번 기각한 것을 조금 달라졌다고 영장을 발부하겠는가?
백난민 부장판사의 말= 적부심사가 끝난 후 사환을 시켜서 문제의 쪽지를 수사기록과 함께 법원 서기과에 보냈을 뿐 그 후의 일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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