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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파동의 사회·경제적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피라밋」계를 조직하여 1억5천여 만원을 사취한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사기계 파동이 일어남으로써 선의의 계원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문제려니와 왜 그러한 거액의 계 파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보다 중대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세한 이유야 어떻든 간에 땀흘려 일한 대가로 정당한 보수를 받아서 모든 사람이 생활을 영위한다는 기본적인 사고가 파괴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일부 층의 생활이 결코 정당한 저축으로 이룩되었다고 시인하기는 어려운 현실에 있다. 그들의 호사스러운 생활이 사기와 부정 그리고 부패와 협잡으로 이룩되었다는 흠이 있기 때문에 상탁하부정 격으로 사회전체의 불건전한 화폐적 축적을 자극하고 또 자극 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사회일반이 오로지 화폐만을 유일한 가치척도로 생각하는 풍조가 앞으로도 시정되지 못한다면 합리성 공평성 그리고 정의를 기초로 하는 근대화의 윤리적 공준은 성취될 수 없다. 이에 국민적 과제로 삼고 있는 근대화도 한낱 신기루에 그칠 염려가 있다는 것을 지도적 계층에서는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 거액의 사기계 파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제적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는 보다 절실히 그 인과를 분석 평가하는 성실한 태도를 가져야 하겠다.
이른바 금리현실화로 저축기풍을 조성시키고 사 금융을 공금융 분야로 흡수시킨다는 정책이 집행된지도 2년 가까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채이자율은 그 전보다도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며 계 파동은 오히려 그 빈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사채이자율이 오르고 계가 성행하는 이유는 물가상승과 투기여건의 확대 그리고 민간금융의 위축에 있는 것이며 이를 조장시킨 것은 재정금융정책의 난조에 있다고 하여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개발정책과 외자도입으로 한편에서는 막대한 화폐가 창조됨으로써 실질 통화량은 크게 늘고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물가상승과 부동산투기가 조장되고 있다. 반면 통화폭발을 억제하기 위하여 고금리로 민간자금을 금융기관에 흡수 동결시키기 때문에 민간금융은 순계 「베이스」로 핍박되고 있으며 때문에 사채이율이 오르고 계가 성행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화폐가치가 안정되고 부동산투기의 여지가 배제되며 민간금융의 위축이 해소될 재정금융정책이 집행되지 않는 한 불건전한 사태의 경제적 요인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시정키 위해서는 안정보다 성장을 우선시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기계 파동은 그것만으로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문제가 시사하는 사회·경제적 동향을 재빨리 간취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사기계 파동을 계기로 우리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모순이 무엇인가를 재삼 반성함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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