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인도」의 고민|「말리크」 외상 회견기-본사 임상제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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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평이 조종하는 공산주의자의 전복 음모를 타도한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정부는 또 하나의 반공정부로서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자카르타」의 하늘에는 아직도 중공의 깃발이 날리고 있으며, 소련을 비롯한 동구공산제국과 북괴 등의 대사관이 의젓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지도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들이 동서의 이념대결에서 중립을 고수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24억불이라는 엄청난 외채의 과반수를 소련 「체코」를 위시한 공산권으로부터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도네시아」가 아직도 표면상 중립을 표방하지 않을 수 없는 외교적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이 나라의 정치와 외교문제를 다루는 실질상의 부수상 격인 「아담·말리크」 외상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엿 볼 수 있었다.
지난 13일 외상관저에서 본 기자와 약 50분에 걸쳐 이야기하는 가운데 「말리크」 외상은 보도외 담화(오프·더·레코드)를 전제하고 한국과 자유진영에 호의적인 견해를 차분하게 엮어 나갔다. 「인터뷰」의 상담부분을 차지해 버린 보도외 담화를 제외하고, 몇 가지 국내외 문제에 관한 「아담·말리크」 외상의 입장을 소개한다.
-「수하르토」장군은 아직도 대통령대리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데, 민정이양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내각엔 군인 한 명「군정 하」란 오해>
▲우선 지금의 「인도네시아」 정부를 군사정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오해이다. 군사정권이 아니기 때문에 민정이양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내각간부회의를 구성하는 5명의 위원 중에 군인은 「수하르토」 장군 한 분뿐이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군사정권이 아니고 민정이며 과도정부이다. 「수하르토」 장군은「인도네시아」가 총선거를 통해 안정된 정권을 수립할 때까지 대통령 대리로 일할 것이다.
-내년 7월에 실시되리라고 보도된 바 있는「인도네시아」 총선거가 연기될지도 모른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데?

<아직 선거법 없어 총선 연기될지도>
▲총선거를 하려면 우선 선거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방금 국회에서 선거법을 심의하고 있다. 선거연기에 대해, 많은 자금이 필요한 큰일이니 연기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나는 하루속히 실시되기를 희망한다.
-정부관사의 부패와 일부군인들의 밀륜 때문에 학생「데모」까지 일어났는데 그 대책은?
▲우리정부는 부패와 밀륜을 근절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이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밀륜을 막기 위해 3천여 개의 섬을 지켜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공 외교의 전망은?

<중공서 적대 행동 단교 선수 안칠 터>
▲중공은 「인도네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행동을 하고 있어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공과 외교를 단절하기 위해 「아니시어티브」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월남전과 이에 대한 한국의 참전에 한마디.
▲공식논평은 없다. 다만 하루속히 그 나라에 평화가 회복되기 바랄 뿐이다. 그리고 보도외로 말하면….
-한국은 「자카르타」에 총령사관을 두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언제쯤 서울에 대표를 상주시킬 계획인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곧 보내려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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