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때마다 한국 외환·금융 위기 … 내년 초 또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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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엔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제민주화가 국가 의존도를 높여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세미나(한국경제학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주관)에서 쏟아진 학자들의 충고다.

 ‘발등의 불’은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95~97년 원화 대비 엔화값이 크게 떨어진 뒤 97년 외환위기를 맞았고, 2004~2007년 엔화값 하락 후에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다. 경험적으로 ‘엔화 약세→수출기업 경쟁력 약화→경상수지 악화→금융위기’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엔화가치가 지난해 6월~올해 말까지 42% 이상 떨어질 경우 내년 초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는 ‘뜨거운 감자’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정치적으로 탄생한 용어”라며 “지금은 경제민주화 기저에 깔린 평등주의·국가개입주의를 극복하고, 기업에 보다 많은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 성장 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소득에 비례한 사회보장세를 도입하는 등의 직접세 인상이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손쉬운 부가가치세율 인상이나, 적자 재정 편성은 미래 복지·통일을 대비한 정책 수단으로 남겨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창조경제 전략은 신성장산업 창출, 중소기업 육성 등 성장 부문에만 집중됐다”며 “창조경제의 개념을 ‘새 사업·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해용·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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