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주권」|화성구 재검표로 당락이 바뀌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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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거짓 당선의 탈은 벗겨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시로 16일 하오 서울지법 수원지원 2호 법정에서 실시된 화성지구 무효표 4천6백77표의 재검표에서 무효표로 조작됐던 신민당 김형일 후보의 유효표 1천2백99표가 되살아났다.
재검표는 하오 3시 반 선포됐다. 재검표원은 지역구와 도 선관위에서 데려온 사람들. 중앙선관위 계창업·백상건 두 위원과 장순룡(서울민사지법 수석부장판사) 경기도 선관위원장이 지켜봤다. 창호지에 싸인 무효표 뭉치가 펼쳐졌다. 이때 공화당 추천선거관리위원인 이강설씨가 무효표 뭉치 중 한 묶음이 풀려있는 것을 보고 『보전에 이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봉인에 이상이 없었지 않느냐는 반문을 받자 그는 『김형일씨가 낸 당선 무효소송이나 당선자 시정 신청 하나만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다 퇴장하고 말았다. 첫 번째로 전남 제2투표구 1백89장이 뜯겼다. 한눈에도 뚜렷한 김씨의 유효표가 무효표로 들어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
잇달아 6번 밑 올바른 동그라미 옆간에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반점을 찍은 소위 「피아노」표, 붓 뚜껑의 동그라미를 문질러낸 소위 「빈대표」도 있었다. 의심나는 표는 장순룡 위원장에게 넘겨졌다. 장 위원장은 70밀리 확대경으로 앞뒤를 뒤집어 자세하게 유효무효를 가려냈다. 당초 2백2표 차로 당선이 선포됐던 공화당 권오석 후보와의 표 차는 하오 6시20분께 뒤집혔다. 처음에 한 묶음 식 검표하던 재검표는 개표부정이 있었음이 뚜렷하고 김씨의 유효표가 쏟아져 나오자 네 곳에 나눠 판가름해나갔다.
끝내 무효표로 된 것 중엔 쌍가락지표 인주가 진해 접을 때 다른 기표난에 동그라미가 옮겨진 것이 많았고 일부는 투표구 선거위원장의 확인이 없는 것도 있었다.
하오 7시께 엔 김씨의 살아난 유효표가 1천 표를 넘었다. 이날 검표엔 개표부정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백광현 검사가 개표부정의 증거를 잡으려 눈을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무효표를 조작한 지문을 검출, 지문검사기에 걸어보고 난 다음에야 무효표를 조작한 개표원의 정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표는 8시께 끝났다. 김씨 표가 1천2백99표 살아났고 권오석씨는 1백2표가 늘어났다. 끝내 무효표가 2천9백여 표, 그 밖의 것이 군소 정당 후보자 표들, 검표가 끝나자 법정밖에 모여선 30여 신민 당원에게 싸여있던 김형일씨가 비로소 미소를 띠고 검표장에 들어와 계창업·백상건 두 중앙위원을 비롯 종사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는 재검표 결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굳건한 자세의 정당한 결과』라면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다 이젠 영어의 몸이 된 권오석 후보가 빨리 풀려 나와야겠는데…』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수원=이성구·안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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