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신고합니다 … 변함 없는 ‘차미네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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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FC 서울에 입단한 차두리(왼쪽)는 14일 수원과 경기에 출전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수원 김대경과 공을 다투는 모습. [수원=뉴시스]

수원 삼성의 공격수 라돈치치(30·1m92㎝)가 동료 스테보(31)의 크로스를 헤딩슛해 1-1 동점골을 터뜨린 후반 42분. FC 서울 수비수 차두리(33·1m83㎝)는 그라운드에 누워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계산해 있는 힘껏 점프했지만 야속하게도 볼은 차두리의 머리 위를 살짝 넘어갔다. 그리고 그보다 9㎝가 큰 라돈치치 머리에 걸렸다. 경기 후 차두리는 “쭉 뻗어봤지만 키가 닿지 않았다”며 “아쉽지만 그게 바로 축구”라며 싱긋 웃었다.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올 시즌 첫 K리그 수퍼매치의 주인공은 단연 차두리였다. 경기를 앞두고 선발 명단에 깜짝 등장한 그의 이름을 본 취재진과 팬들 모두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을 보냈다.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뛰는 건 처음인 데다 전 소속팀 뒤셀도르프에서 서울로 옮기는 과정에 넉 달 가까운 공백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우였다. 차두리는 건재했다. ‘터미네이터’라는 별명답게 90분 내내 침착한 수비와 과감한 공간 침투, 강한 투지 등 특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공격과 수비에 적극 기여했다. 전반 19분에 동료 공격수 데얀(32)이 선제골을 터뜨려 1-0으로 리드를 잡은 이후엔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수비 안정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전반 39분 만에 두 장의 옐로 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또 다른 이슈메이커 정대세(29·수원)와의 경쟁에서도 우세승을 거뒀다.

 K리그 데뷔전을 아쉬운 무승부로 마감한 차두리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모처럼 실전을 소화하다 보니 힘도 들고 긴장도 많이 됐다”고 언급한 그는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했다. 수원 팬들의 야유까지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수원과 1-1로 비긴 서울은 수퍼매치 연속 무승 기록을 아홉 경기(2무7패)로 늘렸다. 성남 일화는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이겨 올 시즌 첫 승(1승2무3패)을 거뒀다.

수원=송지훈 기자

◆K리그 클래식 전적(14일)

수원 1 - 1 서울

데얀(전19·서울) 라돈치치(후42·수원)

성남 2 - 1 전북

김동섭(전14) 김인성(후35·이상 성남) 에닝요(후44·전북)

◆13일 전적

경남 1 - 1 포항, 제주 4 - 0 강원

전남 3 - 1 대전, 대구 1 - 3 인천

울산 0 - 0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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