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희, 일하고 싶은데 못해 우울증 걸릴 지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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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07면

1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가 12일 사기 혐의로 형사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오른쪽)와 부인 서향희씨가 지난해 3월 박태준 전 총리 서거 100일 추도식이 열린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고인의 유품 전시관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에선 ‘법무법인 세한’의 개소식이 열렸다. 이 로펌은 박근혜 대통령의 올케 서향희(39)씨가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새빛’에서 일했던 이들이 주축이다. 서씨와 함께 일했던 새빛의 변호사 7명이 다른 변호사 30여 명과 만들었다. 공동대표인 송영천 전 새빛 대표변호사와 강성 전 지평지성 대표변호사는 서씨의 사법연수원 은사였거나 과거 서씨와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인사라 서씨와 가깝다. 로펌 관계자는 “서씨가 새빛 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의 고객 일부가 여전히 세한에 일을 맡기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로펌은 서씨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한다. 서씨는 이 로펌 개소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씨의 지인은 “서씨가 여러 논란이 나올 것 같으니 조심하고 있다. 이미 휴업계를 낸 상태이고 박 대통령 집권 중엔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일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더라. 일을 못해 거의 우울증에 걸릴 것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가족들 요즘 근황은

#12일 오전 11시2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514호 형사법정.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가 지인 서너 명과 함께 들어섰다. 재판장은 그를 “박근령 피고인”이라고 불렀다. 지인 최모씨 등 2명과 함께 2011년 A씨에게 접근해 “육영재단 주차장을 임대해줄 테니 선금을 달라”며 7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이미 지난해 약식기소돼 300만원 벌금형 처분을 받았으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변호인은 “박근령씨는 단순 입회만 했을 뿐 7000만원을 달라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재판 전후 중앙SUNDAY와 만나 “언니가 대통령일 뿐, 나는 평범한 소시민인데 왜 언론이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의 관리를 받느냐”는 질문에도 “잘못한 게 없는데 청와대에서 무슨 관리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동행한 지인은 ‘동북아평화와 한반도통일연구원 명예이사장 박근령’이라 적힌 명함을 기자에게 줬다. 박씨는 “이미 해오던 사회활동은 계속할 것”이라며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근령씨 부부, 벌금 300만원도 힘들어해
박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며 독신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가 관리해야 할 친·인척은 많다. 동생 지만·근령씨 부부와 친조카 세현(8), 5촌 조카 은지원씨 외에도 친·외가 쪽으로 정·재계 인사들이 있다.

정치권에선 우선 남동생 지만씨와 부인 서향희씨를 주목한다. 지만씨는 포스코의 강판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가공해 산화철을 만들어 판매하는 ㈜EG 회장을 맡고 있다. ㈜EG는 대선 때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로 꼽혔다. 1987년 5월 ‘삼양산업’으로 출범한 ㈜EG의 설립자본금은 포항제철 계열사인 거양상사 등이 출자했다. 지만씨는 1989년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뒤 설립 3년째인 삼양산업 부사장이 됐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배려였다.

이후 90년 삼양산업 대표가 됐고 이듬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자금 지원으로 1대 주주가 됐다. 1999년 회사 이름을 ㈜EG로 바꿨다. 2000년 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고 12일 현재 주가는 3만800원, 시가총액은 2310억원으로 코스닥 120위권이다. 지난해 매출은 1001억원, 영업이익은 6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만씨가 최대주주로 28.67% (215만 주)를 가지고 있다. 그의 주식 평가액은 660억원 수준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요즘 서울과 본사가 있는 금산, 지방사업장을 돌며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정치 테마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지만씨와 2004년 결혼한 서향희씨는 2012년 9월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새빛’을 그만둔 뒤 현재까지 변호사 활동은 접은 상태다. 대선 기간 야권으로부터 “전관도 아닌 젊은 변호사가 로펌을 이끌고 10여 개 기업의 감사ㆍ사외이사ㆍ고문을 꿰찼다” “삼화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도왔다” 등 집중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박 대통령 주변에선 서씨를 집중관리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서씨는 지난해 7월 ‘아들의 서머스쿨 뒷바라지 명목’으로 홍콩으로 출국했지만 한 달 만에 돌아왔다. 이후 정치권엔 “서씨가 로펌을 열고 싶어 했는데 청와대가 말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최근엔 서씨의 숙부인 서충근씨가 전북 익산·군산축협조합장에 선출된 것도 화제가 됐다. 전북 익산은 서씨의 고향이다. 축협 관계자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지역신문에 서 조합장이 서향희씨의 숙부란 보도가 나와 다들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씨의 친척이란 점이 선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 내부에선 “박 당선인의 친인척을 조사해 본 결과 서씨는 주의해 지켜볼 대상”이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 근령씨와 남편 신동욱씨도 청와대의 요주의 대상이다. 신씨는 박 대통령 비방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무고)로 2011년 8월 구속된 뒤 1년6개월 형을 마치고 지난 2월 21일 출소했다. 박 대통령과 소원한 관계였던 근령씨가 2월 25일 언니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건 “남편의 출소가 영향을 미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근령씨는 중앙SUNDAY에 “언니와 싸운 적이 없다. 우린 가까운 것도 아니고 먼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요즘 근령씨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벌금 300만원도 부담스러워하고, 변호사도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겨우 선임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은 “근령씨는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도 사무실에 야전침대와 난로 하나만 놓고 생활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며 “그래도 언니한테 부담이 될까 봐 뭘 받는 걸 조심스러워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이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민정비서관실에 뒀던 친ㆍ인척 관리팀 대신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친ㆍ인척을 관리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특별감찰관 조직 규모를 한창 논의하고 있다. 상반기 중엔 도입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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