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와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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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재화씨 사건으로 긴장되었던 정국은 관계수사당국인 중앙정부가 오늘 예금지출보류조치를 해제함으로써 파국을 면한 것 같다.
사건의 경위를 여기서 다시 한 번 간추려본다면 이 사건은 김재화씨가 신민당에 바친 정치헌금이 조총련의 위장자금이었다는데서 발단되었다.
그래서 김 중앙정보부장이 그 수사의 중간발표에서 지적하였듯이 『건국 후 최초의 중대 사건』인 이 사건은 때가 때인 만큼 또 하나의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하게 됐었다. 관계당국은 때가 6·8 총선을 목첩에 둔 때인지라 이 사건은 더 확대하지 않겠고 관련 야당인사도 선거가 끝날 때까지 환문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압류된 신민당 자금은 계속 동결시키겠다고 하였으며, 신민당은 그것에 격심한 반발을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즉 신민당은 김씨가 7대에 걸쳐 민단 단장을 역임했던 사실로 보아 당국의 혐의내용을 납득할 수가 없을뿐더러 신민당의 정치자금을 동결시킨 당국의 처사는 위법이며 공명선거분위기를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상은에 대해서도 예금인출을 거부한 것은 「예금 적금 등의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위반이라고 맹박하였다.
이점에 관해서는 검찰과는 달리 법원에서도 이견이 없지 않았다. 법원 일부의 견해는 『압수수색영장에는 김재화씨가 신민당에 헌금한 3천만 원을 압수하도록 돼 있으나 압수장소가 신민당 당사와 김씨 자택으로 제한돼 있어 상은 제동지점에서는 압수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관계당국의 견해는 그와 또 판이하였다. 중앙정보부에 의하면 김씨가 헌금한 자금은 33장의 수표로 상은 제동지점에 집결되어 있었고 그것은 5명의 유령인물 명의로 분산된 다음 각 지구당에 지급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수차에 걸쳐 신민당에 소명자료제시를 요구하였으나 이를 기피하였으므로 부득이 상은 제동지점에 예치되어 있는 1천만 원에 대하여 서울지법 압수수색영장을 받고 지불보류조치를 하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응당 동 당 전 지구당에 유입된 자금을 압류할 것이었으나 선거기간 중이기 때문에 이를 일단 중지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에 이르러 상은 제동지점에 대하여 지불보류조치를 해제할 바에는 처음부터 정치적 물의를 야기 시키지 않았던 것이 현명하였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역시 문제는 기본적으로 아직도 미해결의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왜냐하면 물론 이번에 단행한 중앙정보부의 해제조치는 정치적 긴장을 풀게 하고 공명선거의 분위기를 창달한다는 점에 있어서 크게 환영할 일이나, 선거와 국가안보라는 시각에서 볼 때에는 아직도 문제가 그대로 제기된 채로 있는 까닭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제아무리 선거 때라 할지라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불순자금이나 그런 혐의가 짙은 자금은 사용돼서도 안될 것이고 그 출처 또한 철저하게 가려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모든 개인과 단체는 이러한 국가안보상의 요구나 필요를 외면할 수가 없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사건의 경위가 말하고있듯이 비록 당국의 해제조치는 정치적으로 온당하였다하더라도 그런 기본적 문제점은 그대로 존치 된 채 넘어가는 것이 된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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