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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희망의 단계(9) 제 7의 대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질조사 기사 서베이어 3호>
훤하게 밝은 저 달을 가까이 가서 보면 어떤 모습일까하고 궁금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달 관광용 천연색 사진이 여기에 있다. 거기다가 달에서 잡아본 일식광경을 수록한 사진까지 있으니 달을 관광하고 싶은 분들의 욕심은 충분히 만족되는 것이 아닐까. 미·소가 달을 향해 연달아 인공물체(우주선)를 쏘아 올리는데 대해 어떤 시인은 『인류의 시정을 깨는 짓』이라고 투덜댄 일이 있다. 그러나 이제 우주과학은 예술과 악수를 하기 시작한 셈인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중앙일보를 통해 처음으로 선을 뵈게 되는 이 걸작사진의 작자는 90억원이 든 인공사진사 겸 인공지질 조사기사인 「서베이어」3호.

<금성·지구 일부 일식까지 찍어>
「서베이어」3호는 지난 4월 20일 상오 9시 4분(한국시간) 달 표면 「폭풍의 바다」에 연착륙했다. 그러나 예정대로 착륙이 되지 않아 자칫하면 약 3천3백만 「달러」(약90억원)를 그대로 날릴 뻔했다. 달면에 대해 25도 각도로 접근한 「서베이어」3호는 직경 약45미터 깊이 6미터의 「크레이터」(요공)의 10도쯤 경사진 내벽 중간에 부딛쳤다가는 공처럼 한번 튄 뒤에 간신히 제대로 발을 붙였던 것. 그런데 오히려 일은 잘되어 「카메라」가 그 목을 더 높이는 꼴이 되었기 때문에 예정에 없던 금성사진, 구름이 점철된 지구의 일부의 사진 등 까지 찍어내게 됐다. 그러니 「우주의 세옹지마」라고나 할까. 아무튼 3각으로 월 표면에 고정된 중량 3백킬로그램의 「서베이어」3호 본체는 달에서의 낮 기간인 2주일에 걸쳐 자유로 뻗었다 오그렸다 할 수 있는 삽으로 땅을 파봄으로서 어느 정도나 단단한가를 시험해 보는 한편 6천 3백 15장의 사진을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달 표면은 ①상당히 점착력이 있는 토질로 젖은 모래와 ②인간이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는 정도로 단단하며 ③흙은 지구상의 흙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풍화작용을 겪지 않고 또한 수북이 쌓인 우주진과 화산회같은 것에 태양의 강렬한 방사선이 쬐었기 때문에 엉겨 붙은 것 같이 되어 있고 ④달 표면은 일률적으로 회색이지만 파서 본 흙은 차색을 띤 흑색이라는 등등의 보다 새로운 자료를 얻어내게 했다.
특히 달 표면의 색에 대해서 예전부터 대체로 회색이라고 생각해 오던 것을 지난번 「서베이어」1호가 회색임을 확인했고, 다시 이번에 회색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지질조사 전문가 「유진·슈메이커」씨는 이번의 사진을 보고 근본적으로는 모두 한색으로부터 진한 검은색까지 여러 가지로 변하는 회색이라고 말하고 있다. (6월 2일자·타임)
한편 「서베이어」3호는 지구가 해를 가리는 일식광경을 사진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지구에서는 한낱 흔한 개기 월식이었지만 똑같은 현상이 달에서는 일식으로 나타난 것을 잡은 것인데 일식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에겐 아주 희한한 자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구선 볼 수 없는 크레이터와 협곡>
지난해 6월 단 한번의 발사로 곧장 달에 연착한 「서베이어」1호에 이어 2호는 9월에 발사했으나 실패하고 그 뒤 좀 기간을 뒀다가 이번 3호를 발사해서 예기 이상의 성과를 올려 미국의 달정복 계획이 건재함을 보여 주었다. 약 2억3천만「달러」를 들이는 「서베이어」계획은 달착면 어느 곳에 인간이 상륙할 수 있으며 상륙해서는 어떻게 기지를 마련하는가 따위를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도합 7개(따라서 1개는 약90억원)를 띄워 올리게 되어있다. 이와 병행해서 달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달 사진을 찍어내는 「루나·오비터」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지난 5월 5일(한국시간)에는 4호가 발사되었다.
그 「루나·오비터」4호는 지금도 달 주위를 돌면서 소저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큰 「크레이터」와 협곡을 발견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달 표면에 관한 조사를 철저히 하는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60년대말까지는 기어이 3인승 「아폴로」우주선을 띄워 달에 사람을 착륙시킨다는 당면 최대의 우주계획을 실현시키려는 때문이다. 「아폴로」계획이 성공되는 날은 달이 「지구대륙」이 되기 시작하는 날인 것은 물론이다. 「달이 있으니까 거기에 간다」는 순수한 탐구심도 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달을 이용해 보자는 사상 최대의 욕심에 의해서 달을 향해 지금도 인류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글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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