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효과적인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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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도서관의 근대화」 란 주제를 내걸고 지난 25, 26 양일에 걸쳐 열렸던 전국도서관대회는 일반국민으로부터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그렇지만 이 대회를 통하여 관계자들은 도서관을 일종의 지물전시장처럼 방치한 채 되돌아보지 않는 당국의 문화정책을 통렬히 비난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선 도서관 정책의 수립을 촉구하여 주목을 끌었다.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할 것 없이 오늘날 우리 나라 도서관이 그 시설·「서비스」장서 실태 등 모든 면에 걸쳐 심한 낙후면상을 면치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학교 및 특수 도서관까지를 통틀어 2천4백27개의 도서관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통계상 17만4천여 개의 열람석과 총8백69만여 권의 장서를 가지고 있다는 우리 나라 도서관 실태가 우선 인구비례로 봐서, 그 시설의 빈약도에 있어서만도 세계최상위에 속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안에 소장된 도서 및 정기간행물의 질과 또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빈도수의 저조에 있어서도 단연 세계수위 급에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나라에는 경제정책은 있어도 문화정책은 일찌기 있어 본 일이 없다』는 통렬한 비난이 나오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우리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국립도서관이나 서울대학교중앙도서관의 실정을 보더라도 그 빈약 상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들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른바 「라이브러리·고워」들의 대다수가 사실은 그 도서관의 장서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보다는 이곳을 대학입시나 고등고시 수험을 의한 준비장소로 사용하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 것이다.
이에는 물론,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여건의 불비로 인한 절대독서인구 수가 적은 반면 수험공부를 학교나 가정에서 할 수 없는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객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나라 도서관 활동을 이처럼 기형적으로 만든 보다 큰 요인은 어디까지나 모든 도서관을 그 모양으로 방치해둔 문화정책의 빈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공공할 것 없이 전장서적의 거의 80%이상이 해방전의 낡은 고문서에 불과하다는 실정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신간서적이나 정기간행물의 비치 상황에 있어서도 거의 보람있는 이용을 불가능케 하고 있는 한심한 상태가 개거의 대학도서관 안에서조차 오히려 상식화하고 있고, 구태 의연한 「폐가제」의 답습으로 사실상 진정한 독서인구의 증가는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우리의 실정이라 하겠다.
여기서 우리는 도서관법의 시행 등으로 도서관의 시설이나 장서 수를 기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능사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중점주의의 도서관시설 개량운동에 주력해 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에는 국립도서관이나 서울대 도서관 등 대표적인 몇 개의 도서관을 지정하며, 그 시설과 「서비스」개선의 「모델·케이스」로 삼는 집중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동시에 현재 여러 가지 사회적 시비의 대상이 되고있는 이른바 시중 도서실시설의 확충과 이에 대한 적절 조장 및 운영규제 대책이 동시에 수반돼야할 것으로 믿는다.
이와 함께 이동도서관 시설의 활용, 전문가들에 의한 집중적인 독서지도, 「매스컴」을 이용한 현대적인 독서운동전개 등 국민의 독서에 대한 참다운 관심과 그 효과적인 충족을 위한 대대적인 도서관 정책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대립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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