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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직장인 연봉, 여성보다 3000만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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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대기업에 다니는 남성 직원은 같은 회사의 여성 인력보다 1인당 평균 3000만원가량을 더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중 46개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들 기업의 남녀 1인당 연봉은 각각 평균 7742만원, 4805만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적한 대로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가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OECD는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9%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는 28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남자 직원이 100만원을 받으면 여자 직원은 61만원만 손에 쥔다는 것. OECD 평균(15%)보다 2.6배나 높았으며, 2위 일본(29%)과도 10%포인트 차이가 났다.

 남녀 간 급여액 차이가 가장 많은 기업은 외환은행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에 다니는 남성 직원은 1인당 평균 1억2220만원을 받지만, 여성은 그 절반 수준인 6040만원에 불과했다. 2위도 역시 금융권인 신한금융지주로 이 회사의 남성 평균 연봉(1억2000만원)은 여성보다 5300만원 더 많았다. 이어 E1(5200만원), SK(4900만원), SK가스(47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또한 남성 대비 여성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기업은 E1으로, 이 회사 여직원들은 남성 급여의 40%를 본인 급여로 받았다. 이마트(42%), 현대상선(43.8%), SK가스(45.3%) 등이 뒤를 이었다.

 남녀 간 임금 격차에 대해 금융권 기업은 여직원 중 텔러(창구 직원)나 비서 등 단순 사무직 비율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외환은행은 “은행 여직원들은 비정규직인 텔러 비율이 높고 육아 등의 이유로 휴직률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명했다.

 SK는 “남자 직원들은 임원급이 많고, 여성은 서기·비서 등 사무보조업무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매장에서 캐시어(계산대 직원)나 상품진열 업무를 하는 사원들 중 여성이 많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경쟁사들과 달리 캐시어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남녀 간 근속연수 차이를 근거로 드는 기업도 많았다. E1은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4년5개월로 남성(11년10개월)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임금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신한지주도 “남직원 근속연수가 13년3개월로 여직원 근속연수(7년4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며 “동일 근속연수·직급 등으로 비교하면 임금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격차가 가장 적은 기업은 KT로 남성 6300만원, 여성 5500만원을 지급해 격차는 800만원이었다. 이어 금호타이어(1000만원), CJ(1400만원), LG디스플레이(1500만원) 순으로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가 적었다.

또한 여성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기업은 현대자동차로 여직원 평균 임금이 7600만원이었다. 남성 평균 임금(9500만원)의 80% 선. 이 회사 남성 직원 평균 근무 연수가 17.8년으로 여성(12.2년)보다 고참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녀 간에 임금격차가 없는 셈이다. 현대자동차 허정환 이사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힘든 생산라인에는 여성이 거의 없고, 대부분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사무직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여성의 평균 임금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다음으로는 SK텔레콤(7358만원), 기아자동차(7000만원), KB금융지주(6900만원) 등이 여성 직원의 연봉이 많았다.

김영민·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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