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를 던지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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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5·3 투표 때 일이다. 여느 선거때와는 달리 조용한 가운데 투표날을 맞았다. 앞으로 4년간 나라 살림을 맡아줄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데, 옆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사뭇 치근거리는 꼴이란 꼭 나를 허수아비로 아나 싶어 눈살이 서곤 했다. 누가 뭐라한들 논을 주고, 푸짐한 선물을 주고, 별의별 방법을 다 쓴다 해도 내가 믿고 있는 후보를 내 손으로 뽑는데 나의 주권이 있는 것이니까.
○…투표장은 쾌청한 하늘처럼 정연했다. 줄선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심각하고 자신에 넘쳐 있었다. 이젠 우리 나라라도 주권행사의 수준이 이만큼 높아졌구나 하는 생각에서 흐뭇함을 느꼈다. 바로 그 때 종용한 대열이 어수선해졌다.
거기에는 인근병원에 있는 부상장병들이 들것에 누윈 채, 또 「휠·체어」에 떼맨 채 투표장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귀중한 한 표의 주권. 조국을 위해 싸우다 부상한 병석의 몸으로도 저렇게 조국의 장래와 발전을 위해서 한 표의 주권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 나는 가슴이 뭉클해 왔다. 한 표의 주권. 그것은 분명 욕된 것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한석준·36·농업·전남 광주 상무동 17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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