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구공시에 대한 「드골」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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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드골」 불란서 대통령은 16일 금년 들어 최초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월남전쟁에서의 외국 개입을 비난하는 동시에 영국의 구공시 가입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영국 가입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웠다.
첫째로 「드골」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월남 내지 「인도차이나」반도에 평화를 이룩하려면 미국이 월남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그의 종래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드골」 대통령은 1964년 1월 31일 「동남아의 중립화」라는 매우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한 이래 여러 차례 월남문제에 대한 불란서의 정책과 견해를 발표했다. 특히 작년 9월 1일 그가 「아시아」를 여행할 때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의 연설에서는 ①세계 5대국 승인하의 인지중립화 및 자결권 보장협약 체결 ②협상 위해 미군의 사전철수 공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주장하였다.
「드골」 대통령의 월남 문제에 대한 발언은 국군을 파월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에서 각별히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을 보면 종래의 정책을 확인했을 뿐 아무 새로운 것이 없다. 또 그는 계속 대월남 정책을 천명하고 있으나 월남전쟁을 해결할 만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해결에 도움을 조금도 주지 못했다.
지난 5월 1일 「러크스」 미국무장관은 월남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28개안을 제시했다고 하였다. 그 안 가운데는「드골」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이상의 평화안이 포함되었고 또 그것이 적극적으로 시도되었다. 그러나 다같이 공산측의 거부로 무산되었다는 것은 세소 공지의 사실이다. 특히 현금 월남정세를 볼 때 「베트콩」은 주요 군사기지를 습격하는 동시에 경화된 항전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드골」 대통령은 월남전쟁에 대한 비현실적인 비판에 앞서 평화가 이룩되지 않는 근본 이유를 규명해서 규탄하는 입장으로 나아가야만 타당할 것이다.
둘째로 「드골」대통령은 영국의 구공시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하였지만 여러가지 조건을 붙여 경원하는 태도를 보였다. 즉 「드골」대통령은 영국이 구공시 가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조건으로 ①외환의 자유화 ②국제수지 역조의 개선 ③영국이 현재 미국 및 연방국가, EFTA국가 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관계와 의무 등을 구공시 정책에 따라 수정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드골」대통령이 이와 같은 태도는 그가 아직도 영국의 구공시 가입에 전폭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명한 것이다. 「드골」 대통령이 이와 같은 태도로 나오는 것은 한마디로 영국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는 것이며 이는 종래의 태도와 별반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드골」 대통령이 영국의 구공시 가입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영국의 가입으로 그의 구공시에 대한 「헤게머니」가 동요된다는데 있는 듯하다. 즉 「드골」 대통령은 영국이 구공시에 가입하고 「덴마크」·「노르웨이」·「아일랜드」가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며, 또 영국과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가 있는 한 불란서의 「헤게머니」는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는 영국의 구공시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그 이유는 구공시 여타 5개국이 다같이 영국의 가입을 지지하고 있으므로 계속적인 거부권 행사가 그의 위신을 추락시킬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하겠고 영국의 가입을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영국의 구공시 가입 문제는 「드골」 대통령의 이와 같은 태도로 난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드골」 대통령의 원대한 계획이 궁극적으로 구라파의 통합에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영국의 가입을 위해 협조해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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